농촌은 산업·의료 폐기물 처리장이 아니다

  • 입력 2023.11.19 18:00
  • 수정 2023.11.19 18:1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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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는 폐기물도 많아진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각종 산업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이 다량 배출되고 기업들은 폐기물 처리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문제는 폐기물을 어디서 처리하느냐인데, 대체로 땅값이 싸고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이 폐기물 처리 대상지가 된다.

폐기물 처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만큼 고소득으로 알려져 있다. 순소득율이 50~60%라니, 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하기만 하면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인 셈이다. 그래서 업체 관계자들은 폐기물 처리장 후보 지역에 금품과 선물 등 적극적인 로비를 하고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농촌지역은 주민 건강이 위협받을 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장 건립 찬반으로 주민 입장이 나뉘면서 공동체마저 해체 위기에 놓인다.

폐기물 처리장 예정지 주민들 중에는 비싼 가격에 토지를 매각하고 이주를 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 주변에서 생활하고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도 많다. 개인 건강을 위협받고 생산하는 농산물의 오염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산업·의료 폐기물 처리장으로 농촌은 점점 더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에서 생긴 각종 폐기물들은 도시에서 처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실상은 도시민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농촌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새로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피해실태와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폐기물이 만들어진 곳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또 입지 선정과 시설 설치 전에 주민공청회 등을 열면서 사전에 충분히 정보가 전달돼야 하고,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해당 기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설치된 폐기물 처리장은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인 주민들이 감시하고 사후관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폐기물 처리장이 더이상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이 없이 포화상태가 됐을 때, 업체는 폐업을 하거나 부도를 내는 일도 상당수다. 방치된 폐기물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관리해야 한다. 이익은 사업주가 챙기고 피해는 주민이 보면서 유지관리에 국민 혈세를 써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일은 중단돼야 마땅하다.

폐기물을 줄이거나 재활용을 통해 자원이 순환되도록 범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폐기물 처리에만 급급하거나 책임을 민간으로 이양해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폐기물 사업 이익은 사유화되고 피해는 공유화되는 부당한 일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그래야 농촌이 국민들의 안전한 식량을 생산하고 국토환경도 보전하게 된다. 아울러 도시도 자정능력을 키워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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