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바라지만 말고 행동하자

  • 입력 2023.11.19 18:00
  • 수정 2023.11.19 18:13
  • 기자명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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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역사를 돌아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의 국제정세, 내부 정치 환경, 지도자의 성향 및 철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북정책이 추진됐고 남북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 역시 동일한 기준 속에서 대남정책을 추진해왔다.

역사는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남북관계만큼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조금씩 앞으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크게 후퇴하기도 한다. 올 한 해 남북관계 역시 크게 퇴보한 시간이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좋은 정책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정책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가 움직여 주리라 섣불리 판단하는 것도 금물이다. 편향되고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정보가 중요하다. 즉 가감없이 상대방을 정확히 파악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항상 우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한다면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북한을 잘 모른다. 북한 연구자들의 숙명과도 같다.

또 하나는 우리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북한’이 아닌 ‘우리가 바라는 모습의 북한’을 만들려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미리 단정 짓고 그들의 행동을 설명하려 한다. 틀릴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 농업에 대한 분석 혹은 예상이다. 북한 전체 역사의 큰 흐름을 살피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올 수 없다. 중국의 조선족 혹은 일부 탈북민들에게서 나온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사실인 양 언론에 발표되고 이내 기정사실화된다. 늘 식량난을 겪어온 북한이기에, 또 장기간 국제 제재 하에 있기에, 남북교류협력이 막혀 있기에 올해 식량 사정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체제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북한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는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지금까지 지겹게 반복돼온 레퍼토리다. 북한 붕괴론에 휩싸여 정책적 오판을 거듭한 정부도 적지 않았다.

올해 초 평양에서 각 구역 당 위원회와 인민위원회에서 식량이 떨어진 세대들을 조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수길 평양시 당 책임비서가 식량이 떨어진 세대를 파악해 10일 치의 식량을 긴급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평양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에서 가장 형편이 좋다는 평양이 이 정도면 정말 북한은 무너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연말을 앞둔 지금 북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올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수입한 식량만 50만톤이었다고 한다. 북한의 식량난 이야기는 또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북한은 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생존을 모색해왔다. 우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경제상황이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너무 단정 지어온 것은 아닐까. 과연 북한의 지도부는 식량상황의 악화를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마저 터져 전 세계를 우려케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은 냉철하게 자국의 손익을 계산해가며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넉넉하진 않지만 인민들의 먹는 문제가 더 긴장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잊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 있어 그야말로 아무것도 진전시키지 못한 우리 정부가 부디 새해에는 단순한 희망적 사고가 아닌 행동으로 희망을 직접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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