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산 월동무의 역설 … “소중한 만큼 줄여야 한다”

강석보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 입력 2023.11.12 18:00
  • 수정 2023.11.12 20:5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3월 8일 치른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는 조합장의 초선·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지역 농·축협이 운영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축협 여덟 곳을 격주로 소개함으로써 전국 농·축협 임직원·조합원들이 각자 조합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관련기사: 제주의 동녘, 월동무를 띄워 올리는 성산일출봉농협>

 

강석보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강석보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성산에서 월동무는 어떤 의미일까.
‘성산 그 자체’다. 적정 재배면적만 유지된다면 월동무 만한 작목이 없다. 대량으로 짓다 보니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해 지역에 고용효과도 상당하다. 농작업뿐 아니라 자재·운송 등 이런 사람들이 다 월동무를 통해 먹고 살고 있다. 월동무가 살아야 성산의 경제가 돌아간다는 거다. 지금도 육지 어딜 가든 월동무 하면 성산을 얘기하지 않나. ‘해상물류비’ 문제만 빼면 대외인지도나 모든 시스템·정책이 갖춰져 있다. 우리 스스로 내실만 다지면 되는 작목이다.

하지만 여느 농산물 품목처럼 가격불안 문제가 심각하다.
제주 전체에 월동무 재배면적이 5,500ha 내외다. 연구용역 결과 농가 수익이 보장되는 적정 재배면적이 4,000ha다. 그럼 초과되는 1,500ha는 줄여야 한다. ‘지역에 정말 꼭 필요한 작목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반드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구조조정 방안은.
‘국산키위 특화단지 조성사업’이라 해서 서귀포시, 제주동부농업기술센터, 우리농협이 10년 동안 200명의 키위농가를 육성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귀포시는 시설비용의 60%를 지원하고 농업기술센터는 생산·관리기술을 지도한다. 우린 생산하는 키위를 전량 판매해준다. 100% 매취 방식이다. 이게 올해 첫 수확인데 어느 정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키위 외에 유채·비트에도 평당 2,500원의 생산지원비, kg당 500원의 수확비를 지원하고 있다. 모두 월동무를 재배하던 필지에서 작목전환을 할 경우에 이뤄지는 지원이다.

특히 청년농을 지원하는 데 비중을 두는 모습인데.
제주도도 마을 인구의 60~70%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농촌 고령화가 심각하다. 농협 입장에서 농사를 앞으로 20~30년 이상 지을 분들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60세 미만 농가를 위해 2020년부터 시작한 무이자 대출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자율사업, 즉 3년간 1억원을 무이자 지원해서 해보고 싶은 걸 해보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앞서 말한 지정사업(키위)이다. 과수이다 보니 한 3년 소득 없을 것 아닌가. 이걸 감안해 역시 무이자로 1억원을 지원하고 3년 뒤 심사해서 2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일단 지금 사업 대상자들은 열심히 하고 있고, 처음 우리가 구상했을 때 생각했던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1~2년 뒤면 본격적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고 이분들의 성공사례가 다른 월동무 농가들을 추가로 유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제주 농업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고질적인 부담이 해상물류비다. 월동무를 취급하는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고민은 많은데 어느 개인이나 농협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결국 국가가 해결해 줘야 할 문제인데 긍정적인 얘기가 나오다가도 몇 년이 지나도록 방치된다. 도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조금씩 물류비를 지원하기도 하는데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농협으로서도 끊임없이 요구하며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답답한 문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