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돌봄공백, 식사와 농사로 채우다

학교 밖 청소년 자립 위한 대안교육기관·생협·사회적기업 공조

  • 입력 2023.11.05 18:00
  • 수정 2023.11.05 18:14
  • 기자명 문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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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문지영 기자]

지난 9월 7일 강화도의 농업회사법인 (주)콩세알을 방문한 대안교육기관 ‘작공’의 청소년들이 서정훈 콩세알 대표(오른쪽)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7일 강화도의 농업회사법인 (주)콩세알을 방문한 대안교육기관 ‘작공’의 청소년들이 서정훈 콩세알 대표(오른쪽)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일컫는다. 단순히 학업을 중단한 ‘문제아’가 아닌, 앞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들을 포용하고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식사와 농사는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서울 은평구 소재 대안교육기관 ‘작공(대표 장보성, ‘작은 공원’의 준말)’은 2009년 지역의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어린이도서관으로 출발했다. 당시 도서관 앞에서 방황하던 중고등학생들을 불러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활동을 전개한 것이 시발점이었던 작공은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식사는 작공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하루에 10여 차례 밥상을 차린다는 장보성 작공 대표는 ‘밥을 해 먹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달음식 중심의 식습관이 계속된다면 영양 불균형은 물론 경제적 부담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살림서서울생협(이사장 김효진, 한살림서서울)은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진행한 ‘우리 쌀 기부캠페인’으로 모은 친환경 쌀 1.4톤을 지역사회 취약계층시설에 기부하거나, 쌀로 만든 고추장 등의 식품을 판매해 만든 기금으로 다시 지역사회 먹거리돌봄에 사용한다. 그중 작공에는 올해 4월부터 매월 친환경 식재료를 지원하고 있다. 또 6월부터는 작공의 교사,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식사도 하고 농사도 짓는다. 한살림서서울 은평지역의 김혜경 활동가는 “식재료 지원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기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식사와 농사체험 등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에는 한살림서서울 은평지역 모임방에 모여 함께 요리하고 상을 차리는 동안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9월 방문한 강화도의 농업회사법인 (주)콩세알(대표 서정훈) 이야기도 나눴다.

두부 등 콩 가공식품을 주로 생산하는 콩세알은 사회적기업으로, 일자리의 50%를 저소득층·고령인·장애인이 맡고 있다. 취약계층이 일을 통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역할하도록 돕는 것은 콩세알의 목표 중 하나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농촌 재생(생명), 공동체 중심의 농촌과제 해결(나눔), 친환경농업 확대와 도시 소비자들과의 교류를 통한 지속가능한 농촌 만들기(순환)가 그것이다.

지난 9월 7~8일 강화를 방문한 작공의 선생님과 학교 밖 청소년, 한살림서서울 조합원 활동가들은 콩세알 두부 가공시설 한 켠의 밭에서 함께 농사를 지었다. 2인 1조를 이뤄 마른 흙덩이를 깨서 밭을 부드럽게 고른 뒤 멀칭을 하고, 멀칭한 두둑에 한 명은 구멍을 뚫고 한 명은 배추와 순무 모종을 심었다. 이 작업은 농촌 지역의 부족한 일손을 돕고 농민과의 연대를 만드는 일손나눔봉사나 소위 농활과는 조금 달랐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품삯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서정훈 대표는 “농촌의 현실과 농사일의 고됨을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기 노동의 가치를 스스로 알고 그 대가를 받는 사회적 관계 역시 경험하길 바랐다”며 작업 전에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김혜경 활동가는 “지역사회 다양한 구성원들과 건강한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학교 밖 청소년들의 정서적 소속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며 “한살림에서 ‘생산과 소비는 하나’이듯, 요리와 농사 경험을 통해 우리가 모두 연결돼있음을 느끼게 하도록 밥 한 끼를 나눈다”고 밝혔다.

작공의 선생님과 학교 밖 청소년들이 심은 배추와 순무는 한살림서서울 활동가들이 김치로 만들어 작공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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