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권리 보장, 유엔농민권리선언 제도화 필요하다

  • 입력 2023.11.05 18:00
  • 수정 2023.11.05 18:1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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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유엔총회에서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선언(유엔농민권리선언)이 채택된 지 5년이 다 돼간다. 국제적 농민운동 조직인 비아캄페시나를 중심으로 시작한 농민권리 보장, 식량주권 실현 운동은 유엔을 통해 그 필요성과 절실함이 더욱 확고히 인정받았다. 그 결실이 바로 유엔농민권리선언이며 국제사회가 합의한 미래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다.

지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제적으로 유엔농민권리선언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을 주축으로 한 민간차원의 홍보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는 모두 민간이 주최가 된 자발적 활동이었을 뿐, 2018년 당시 기권을 하며 소극적 태도를 취했던 한국 정부는 여전히 농민권리선언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농업·농촌의 현실에서는 농민권리 보장이라는 말이 너무나 아득히 먼 나라 이야기 같다. 30년간 이어져 온 신자유주의 시장개방의 논리 속에서 농민의 권리는 침해받아왔고 현재에도 불합리한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유엔농민권리선언은 세계 121개국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채택된 전 세계 농민들과 농촌사회 구성원을 주체로 한 선언이다. 비록 과거 한국 정부는 기권했지만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유엔의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적극적 태도로 전향할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얼마 전 농민권리 실태에 대한 의미있는 조사가 시행됐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농민권리 실태와 농민권리를 실현시킬 제도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전국의 농민들을 대상으로 권리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농민들이 느끼고 있는 권리침해 실태는 심각했다. 농업생산의 주체로서 농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고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도 부족했다.

농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다고 생각하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농민들이 처해있는 환경이 억압돼 있고 권리침해가 일상화돼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과 같다. 과거부터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농지를 지주에게 빼앗겨도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던 것은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농민이 가져야 하는 종자, 농지 등의 생산수단을 이용할 권리, 개발사업 결정 등의 문제에 참여권을 보장받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친환경재배 농민조차도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생태, 친환경농업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지 못했다.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적절한 수입과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환경이라는 것과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취약계층 농민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더욱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는 농민을 보호하고 농업을 육성해야 할 큰 책무를 갖고 있다. 국가의 책무를 성문화하고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침해받고 있는 농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유엔농민권리선언의 제도화가 그것이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대다수 농민은 법률 제정 등의 입법활동을 최우선으로 시행해 유엔농민권리선언의 목적과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식량위기의 다층적 위기에 직면한 농민에게 정부의 의무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농민권리선언 제도화 운동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으로 개혁돼 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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