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채소밭으로 변한 군용비행장

  • 입력 2023.11.05 18:00
  • 수정 2023.11.05 18:15
  • 기자명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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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지난 10월 북한은 온실남새(채소)생산용 영양액비료공장을 준공했다. 평안남도에 위치한 순천화학연합기업소 액비료 생산공장이 비료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대규모 액비생산공장을 준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9월 함경남도에 위치한 비료 전문생산 공장인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도 액비료공장을 건설하고 액비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흥남 인근의 2.8비날론연합기업소에서도 액비를 생산하고 있다.

액비가 생산된다는 것은 사용처가 있기 마련인데, 북한은 최근 대규모 채소재배용 온실농장을 건설하고 운영 중이다. 중평온실농장과 련포온실농장은 이미 건설을 마치고 조업 중이고, 강동온실농장은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평양시에서 건설이 한창이다.

먼저 건설된 곳은 중평온실농장으로 2019년 12월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지구에 전체면적 200정보(약 200만㎡)에 2중박막 수경온실 300동, 토양온실 20동 규모로 건설됐다. 준공 2년만인 2022년 12월에 년간 채소 생산계획을 완수하고, 함경북도의 상업봉사망과 청진시, 초등학교 중등학교에 채소를 정상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2023년 8월에는 국가과학원의 도움을 받아 1,000㎡ 온실에 원통형남새재배장치를 설치해 채소시험재배에 성공하기도 했다.

2022년 10월 함경남도 함주군에는 전체면적 310만㎡(여의도 290만㎡) 면적에 유리 및 이중박막온실 852동 규모의 련포온실농장을 준공했다. 2023년 2월에는 첫물 채소를 수확해 함흥시민들에게 공급했고, 4월에는 토마토, 오이, 배추 등을 인근의 대규모 공장에 공급했는데, 주요 대상은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국가과학원 함흥분원 등 국가의 핵심기관들이다. 5월에는 매일 수십 톤의 온실채소를 생산하고 있는데 흥남비료연합기업소와 2.8비날론연합기업소에서 영양액비료를 충분히 공급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수백여동의 온실을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장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중평온실농장은 준공 1년 만에 국가과학원 현대화연구소 공업정보1연구실, 전자일용품연구실 등의 지원으로 에너지관리프로그램 및 지능형온실관리체계를 완성해 보급했다.

련포온실농장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은 수준이 더 향상됐다고 하는데, 2023년 6월 국가과학원 현대화연구소가 농장의 지능형통합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10여종에 수천대에 달하는 설비와 보안기능을 갖춘 첨단 분산형조종체계를 국산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강동온실농장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은 기존의 온실농장보다 “지능화, 집약화 수준이 더 높은, 한 세대 더 발전된 온실농장”을 예고하고 있다.

채소는 주민들의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이자 식량을 대체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채소공급이 정상화되면 실질적인 식량증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채소공급은 주민들의 식생활과 영향 개선은 물론 중요하게는 쌀, 옥수수 등 주곡의존도를 낮출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온실농장을 건설한 중평과 련포, 그리고 강동지역이 모두 군용비행장 부지였다는 점이다. 군수자원의 민수활용, 즉 식량 증산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국가 정책이 반영된 결과인 셈이다. 이러한 정책을 반영해 북한 당국은 채소 증산을 위해 각 도마다 중평과 련포규모의 온실농장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안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식량안보는 더 사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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