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잘사는 길’ 만든 박이준·권혁범·김경상씨

대산농촌재단,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 개최

  • 입력 2023.10.29 18:00
  • 수정 2023.11.01 12:5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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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대산농촌재단이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을 개최한 가운데 올해 수상자인 김경상·권혁범·박이준(왼쪽부터)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산농촌재단 제공
대산농촌재단이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을 개최한 가운데 올해 수상자인 김경상·권혁범·박이준(왼쪽부터)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산농촌재단 제공

 

농촌이 어렵다고 낙담할 때 ‘함께 잘사는 길’을 묵묵히 만들어온 이들이 제32회 대산농촌상을 수상했다. 박이준 (사)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장·권혁범 (사)여민동락공동체 대표·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이 올해 대산농촌상의 주인공이다.

대산농촌재단(이사장 김기영)은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을 열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자가 사회를 맡아 진행한 이날 행사는 각 지역에서 바쁜 농사일을 잠시 멈추고 수상자들을 축하하러 참석한 농민들의 밝은 기운으로 웃음이 넘쳤다.

김기영 이사장은 “올해는 유난히 힘든 상황에 부닥친 농민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사회 전반에 위험과 불안 요소가 걸쳐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밝지 않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바로 농업과 농촌에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오늘 세 분의 수상자는 이런 희망을 앞장서 만들어 온 분들”이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농업경영 부문 수상자 박이준 회장은 지역특성에 맞는 미나리를 재배해 ‘협동의 힘’으로 지역농업을 살린 공을 인정받았다. 물이 차갑고 경사지가 많아 벼농사가 쉽지 않은 지역의 특성상 감과 밤 등을 생산하던 오지마을이 미나리 특성화 마을로 전국에 소문이 나기까지, 박이준 회장은 친환경 미나리라는 품목으로 농가들을 조직하는 데 헌신했다. 10여 농가로 시작한 ‘한재미나리’ 생산은 40여년이 흘러 130여 농가로 확대됐다.

가난한 마을이 미나리로 똘똘 뭉친 결과 고소득을 올리는 농촌으로 유명해졌고, 후계농·귀농인 인구도 늘었다. 매년 1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미나리를 찾아 방문하니 지역에 활기도 넘쳐나는 중이다. 박이준 회장은 “한재미나리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했고, 미나리 가격은 일 년에 한 번 농민들이 합의해 정한다”는 원칙도 소개했다.

농촌발전 부문 수상자 권혁범 여민동락공동체 대표는 ‘돌봄과 복지’가 스러져가는 농촌마을에서 ‘공익적 시민으로 살아보자’는 선배의 제안으로 지난 2007년 전남 영광군 묘량면으로 이주했다. 함께 이주한 도시 출신 세 가족이 합심해 주민 주도 공동체를 일궈낸 성과가 돋보인다.

노인복지센터를 설립하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모싯잎송편·동부콩농장 등 노인일자리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폐교 위기의 묘량중앙초등학교 학부모회장도 맡아(2010년) 방과 후 프로그램, 돌봄교실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가 하면 통학용 승합차를 사들여 8년간 하루 4번씩 등하교를 책임져왔다. 권혁범 대표는 “이곳에 내려온 지 만 16년이 지났다. 내려올 때만 해도 작은 것들을 실천하면 되겠지, 했는데 훨씬 어려웠고 더 어려워졌다”면서 “30년 하면 은퇴하겠다 생각했고 절반 지나왔다. 사람과 자연, 지역사회가 서로 돌보고 아끼는 삶터가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농업공직 부문 수상자 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은 2005년부터 지도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현장에 파고들었고 ‘작아도 맛있는 배’로 배의 소비경향을 바꾼 장본인이다. 공업도시 울산에서 지역특산품인 배로 승부수를 건 김경상 과장은 ‘당도 12브릭스 이상·생산조정제 처리 금지·무농약’의 엄격한 기준으로 ‘황금실록’이라는 브랜드를 전국화했다. 배 농가를 조직화해 농민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재편한 끝에 농가소득을 3배 이상 높인 성과와 지도직 공무원이지만 연구에도 매진해 펀치접목기술·수출배 과피얼룩방제기술·배꽃동상해방지기술 등 농민이 필요로 하는 현장기술을 개발해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김경상 과장은 “적기에 수확한 배는 정말 맛있다. 저를 믿고 함께 해 주신 농민들, 보조금 욕심내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힘을 준 농민들 모두 울산 배 산업의 변화를 이끈 주인공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농업과 농업인은 제가 존재하는 이유다. 휴일이든 이른 아침이든 걸려오는 전화를 민원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더 고민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대산농촌재단은 1992년부터 올해 32회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상자를 선정해 노고를 응원해 왔다. 농업·농촌·농민 발전에 헌신하는 후보자 추천부터 서류심사·현장심사에 이어 본심사까지 단계별로 까다롭고 공정하게 업적을 평가해 대산농촌상의 권위를 높이고 있으며, 이 상엔 ‘농업계 노벨상’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대산농촌재단이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을 열고 있다. 대산농촌재단 제공
대산농촌재단이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을 열고 있다. 대산농촌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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