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배추, 공정가격 보장이 우선이다

  • 입력 2023.10.29 18:00
  • 수정 2023.10.29 21:3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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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생산하는 품목에 직접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대표적인 사람, 바로 농민이다.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는 품목 일부분을 제외한 대다수의 농산물은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진다. 농민들은 스스로 가격을 책정하지 못한 채 경매 또는 상인이 정해준 가격에 따른다. 가격결정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적 권리를 정당히 주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는 생산비가 아무리 올라도 판매가는 오르지 못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원재료 상승에 따른 일정부분의 가격반영은커녕 저가의 수입농산물과 비교되기 일쑤다. 빚에 허덕이는 농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다.

김장철인 11월이 다가온다. 한국인의 식탁에 결코 빠질 수 없는 김치를 담그는 계절. 김장철이 다가올수록 배추의 작황이나 가격 등이 관심을 받게 된다. 배추는 강원도 정선, 태백 등지의 고랭지 배추에서부터 전남 해남 등지의 가을·겨울배추까지 각 지역의 토양조건과 기후에 따라 재배되고 있다.

당정은 가을·겨울배추 수확기를 앞두고 배추 2,900톤 방출을 결정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황이 양호해 출하량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던 것과 상반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배추 생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농민들의 상황이나 농업현실에 대해 정부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올해도 잦은 비로 병이 늘어나면서 이를 방제하기 위한 생산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는 단지 싼 가격의 배추가 당장 문제없이 공급되기만을 바란다.

전체 배추 재배면적은 2020년부터 3만ha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9월 배추가격은 전년보다도 낮았고 김장철 배추수요가 증가할 때 그나마 가격이 회복 되기를 농민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배추 비축물량 방출 발표는 출하를 앞둔 배추 생산농가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늘상 저가로 판매하기를 강요받았다. 생산비는 계속해서 오르지만 농산물은 계속해서 저가를 요구받고 있으며 그 누구도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가격안정과 농민들에게 공정가격을 보장하는 형태의 제도구상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입을 하거나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수입김치는 이미 전년 동기보다 물량이 증가해 수입됐다. 아마 배추값이 올랐다는 언론의 호들갑으로 수입김치는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치 수입량이 증가하는 것은 단순히 배추 한 품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마늘, 고추, 양파, 생강 등 김치의 다양한 속재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배추값이 금값이라는 호들갑은 김장을 담그는 가정이 줄어드는 역할을 할 것이고 줄어든 김장 수요는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배추 소비가 줄면 김치를 담그는 데 필요한 양념채소류의 소비가 줄어드는 연쇄 피해가 생긴다. 1인 가구 증가와 외식 증가로 포장 김치 수요는 늘고 직접 김장을 담그는 가구가 줄어들수록 국내 채소류의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해서 반복될수록 안정적인 생산기반 유지와 안정적 수급은 소원해진다. 정부는 수확기에 비축물량을 방출해 농민을 울리는 행태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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