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농협 면세유 부정유통 사태 ‘점입가경’

조합장 차명거래 정황 드러나자

내부고발한 계약직 직원 퇴출에

면세→과세 증거조작 시도 의혹

  • 입력 2023.10.22 18:00
  • 수정 2023.10.22 20:1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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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경기 용인 남사농협이 면세유 부정유통 문제로 시끄럽다. 조합장이 면세유 부정유통을 주도한 사건인데, 사건이 밝혀진 이후 내부고발자 축출, 증거조작 등의 정황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이다.

남사농협 조합장 A씨는 지난해 말 불법적인 방법으로 조합원 B씨에게 면세유 3,000L를 지급했다. B씨는 당시 유류대 체납으로 면세유 구입자격이 정지돼 있었는데, A조합장이 다른 조합원 C씨의 명의를 빌려 B씨에게 면세유를 지급한 것이다. A조합장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C씨에게 입금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B씨에 대한 A조합장의 기부행위다.

이 사건엔 사회적으로 매우 엄중한 문제가 두 가지나 겹쳐 있다. 첫째, 면세 제도는 만인에게 공평해야 할 조세체계에 특수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특례를 마련해 둔 제도다. 극도로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사회적 형평성과 조세질서를 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 사건은 객관적 기준이 아닌 조합장 개인의 재량에 따라 면세유가 취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간에 노출함으로써 조세체계에 대한 신뢰도를 실추시켰다.

둘째,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은 조합장 선거를 불과 2개월여 앞뒀던 시점으로, B씨에 대한 기부행위는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선거법 위반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다. 더욱이 A조합장은 이번 선거에서 단 9표 차로 당선했는데, 지역민들에 따르면 B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남사농협 조합원은 총 12명(가족·친척)이다. 면세유 기부행위가 선거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면세유 부정유통 사건이 발생한 용인 남사농협 주유소. 주유소 뒤편으로 남사농협 본점 건물이 보인다.
면세유 부정유통 사건이 발생한 용인 남사농협 주유소. 주유소 뒤편으로 남사농협 본점 건물이 보인다.

사건 자체도 가볍지 않지만 논란은 사건 이후에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먼저, 면세유 부정유통 사실을 내부고발한 남사농협 계약직 직원 2명이 계약 갱신에 실패했다. 계약만료일이 되자 갑자기 이 둘의 자리를 용역업체로 대체한 것이다. 조합 일각에선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의심이 팽배하다.

해당 계약직 직원은 “우리도 조합원이고 지역민이라 계약 재신청을 하면 늘 우선적으로 받아줬는데 이번엔 사전 고지도 없이 밀어내버렸다. 법리상으로도 근무환경, 시간, 장소가 변경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분개했다.

증거인멸 시도 정황도 있다. A조합장이 부정유통한 면세유 거래 기록을 과세유로 위장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방법을 찾으라 지시했다는 증언이 포착돼 조합원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 역시 중대한 범죄다.

A조합장은 앞선 언론 보도를 통해 “사정이 어려운 B씨를 선의로 도와준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B씨는 경영하는 가족법인(농업회사법인)의 부지만 5,000~6,000평, 시설이 3,000평 이상인 부농이다. 대체 누가 어려운 조합원인가”라고 조소하고 있다. 본지는 사건 전반에 대한 A조합장의 입장을 재확인하고자 접근을 시도했지만, A조합장은 “나중에 얘기하자”는 최초 통화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A조합장은 현재 위탁선거법 위반(불법 기부행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위반(면세유 부정유통) 건에 대해선 남사농협 주유소에 면세유 판매금지 조치가 내려질 수 있는 사안이지만 일단 처분이 유예 중이다. 현행법상 면세유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는 주체가 농협중앙회라, 또다시 농협중앙회의 ‘제 식구 봐주기’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남사농협 조합원 D씨는 “조합원들이 인근 다른 농협에서 면세유를 사다 쓰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규정대로 철저하게 면세유 판매금지 조치를 내려야 하는 사안이라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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