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흐뭇한 뉴스를 기다린다

  • 입력 2023.10.22 18:00
  • 수정 2023.10.22 19:34
  • 기자명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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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염규현 통일디자인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랫동안 시름에 젖어있던 우리의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었다.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땀 흘린 선수들의 모습에서, 뭉클한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항저우에서 만난 남북 선수들 간의 모습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며 국제대회에 입장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남북은 바로 옆에 있어도 쉽사리 인사조차 나눌 수 없는 사이가 돼버렸다. 어쩌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버린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남북 모두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기분 좋은 북한 관련 뉴스를 접한 지도 참 오래됐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후배 기자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기사를 쓴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선뜻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래도 꾸준히 공부하며 살피다 보면 좋은 시절도 오지 않겠나 말해줬다.

북한 관련 소식 중 늘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다름 아닌 식량 문제다. 지난 9월 말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 그동안 존재 여부가 불투명했던 수매양정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식량 분배 문제가 여전히 어려운가 우려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뉴스를 보면 올해 작황이 좋은 것 같아 다행이다. 지난 6일 노동신문이 “황해남도의 드넓은 농장벌들에 예년에 보기 드문 흐뭇한 작황이 펼쳐진 가운데 뒤떨어졌던 농장, 작업반들이 최근 년간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수확고를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주북 러시아 대사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올해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수확량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작황이라 분석하고 있고, 그동안 식량 증산을 독려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을 높이기 위한 수사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일단 풍년이라고 하니 믿고 싶은 마음이다. 북한의 모든 인민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을 잇는 신압록강대교도 최근 차량의 이동이 부쩍 늘어 완공 9년 만에 개통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시기 철저히 국경을 닫았던 여파는 고스란히 인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비록 국제제재는 여전히 엄혹하지만, 다시 국경이 열리고 무역이 재개되면 어떤 형태로든 인민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시 열리는 길을 통해 서로를 죽이는 그 무엇이 아닌, 서로를 살릴 수 있는 것들이 오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임진각에서는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이 모여 망향제를 진행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제때 끼니를 챙기고 있는지 걱정하는 마음들이 여기저기 보여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는 쌀의 민족이다.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쌀농사가 이뤄졌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Oryza sative coreaca(한국의 고대벼)’라는 학명도 붙여졌다.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발견된 재배 볍씨의 절대 연대가 탄소연대 측정계산 결과 기원전 1만5118년으로 밝혀진 것이다.

밥이 있는 곳에서 인심이 나고,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 한쪽의 아이들은 비만과 성인병을 걱정하고, 한쪽의 아이들은 정상적인 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쌀을 통해 남북의 흐뭇한 뉴스들이 전해지는 날을 기다려 본다. 서로 ‘괴뢰’니 ‘철저한 응징’이니 따위의 날선 말을 주고 받기 보다 따뜻한 밥을 나누며 함께 겨울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세계 곳곳에서 무참한 살상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는 지금,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서로 보듬어주고 살피는 따뜻함이 끝내 살아남기를 바란다. 올해 겨울 모두 따뜻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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