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막바지 가을걷이가 한창인 민간인통제구역의 들판,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내포리 ‘평화의 논’에서 꽹과리와 징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북과 장구 소리도 이어졌고, 잘 벼린 낫을 든 사람들이 벼를 베기 시작했다. 사물놀이 소리에 놀라 날아오른 기러기 떼가 벼 베는 사람들을 지나 북쪽으로 날아갔다.
철원군농민회(회장 위재호)의 ‘2023년 통일쌀 벼베기’ 행사가 지난 7일 평화의 논에서 열렸다. 철책 너머 멀리 파란 하늘 아래 김일성 고지가 선명했고, 한 농민이 한 마디 했다.
“새들도 가는데 우리만 못 가네.”
지난 5월 27일 심은 벼는 종잡을 수 없는 여름을 견뎌내고 황금빛으로 잘 여물었다. 손모를 함께 냈던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수도권사회참여동아리연합회 ‘더불어 숲’, 국경선 평화학교 등의 회원들이 이번 벼베기도 함께 했다. 벼베기 행사에 참석한 오용석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 임채영 동송농협 조합장과 최진열 철원농협 조합장은 격려사를 전했다. 풍물패 화강두루마당이 돋운 흥을 오대쌀 막걸리 ‘대작’이 곱절로 띄웠다.
벼베기에 이어 새끼 꼬기 행사가 열렸고, 새끼를 잘 꼰 사람들은 오대쌀과 양파 등 철원군농민회원들이 재배한 농작물을 상품으로 받았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오색 리본에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글을 써서 새끼줄에 꽂았다. 참가자들은 논둑의 ‘한반도상’에 새끼줄을 걸었고, 여러 갈래 새끼줄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빨강·노랑·파랑·초록·하양 리본들이 나부꼈다.
철원군농민회는 평화의 논에서 생산한 통일쌀을 판매해 모은 기금을, 보낼 수 없는 북쪽 대신 일본 조선학교로 보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