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세·고령 조합원들 위해 … ‘농협’의 사명을 다한다

오흥석 하동 지리산청학농협 조합장

  • 입력 2023.10.15 18:00
  • 수정 2023.10.27 16: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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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3월 8일 치른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는 조합장의 초선·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지역 농·축협이 운영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축협 여덟 곳을 격주로 소개함으로써 전국 농·축협 임직원·조합원들이 각자 조합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관련기사: 지리산청학농협, 산골 소농들에게 더욱 빛나는 농협의 가치>

 

오흥석 지리산청학농협 조합장.
오흥석 지리산청학농협 조합장.

산골 농협을 경영하면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일단 신용자원이 부족하다. 조합원 수가 적은 데다 고령화돼 예금도 빤하고 보험대상도 제한적이다. 결국 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관외영업을 통해 운영되는 실정이다. 소농들이 많다 보니 구매사업도 적자다. 개인업소 같으면 문 닫아야 할 상황인데 농협이기 때문에 모든 농자재를 다 취급해야 하고 한 포에 500원 마진 남는 사료를 산길로 40분 달려 집집마다 배달해 드린다. 수익으로 말하자면 민망할 정도고, 사명감으로 소농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보면 된다.

‘산지경매’라는 거래방식이 독특한데.
여러 유통경로를 시도하다가 2002년에 시작한 방식이다. 우리 관내 두 군데 유통센터에 대구·부산 등 대상들이 와서 공탁금을 걸고 경매에 참여한다. 서울 도매시장으로 올라가면 물류비는 물론이고 포장·규격화 등 신경쓸 게 많은데 여기선 농가가 부담될 게 없다. 우리 건나물이 품질이 좋아 연세 많은 분들한테 인기가 있다. 지금은 봄철이면 경매 진열을 다 못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조합원 대부분이 소농이다. 규모화·광작화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나.
지역 농민 대부분이 80줄 고령이다. 사실 이분들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주변의 산들을 자원화시키고 산사태 방지, 경관조성 등에 역할을 해온 분들이다. 젊은 사람들한테 대농을 권장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지역을 지키며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는 게 염려스럽다. 꼭 산지가 아니라 다른 농촌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사람을 유지하기 위해 젊은층이 농촌에 들어와 쉽게 농지를 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농지뿐 아니라 자연에서 나오는 자원들(임산물)도 일정기간 동안 아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기존의 사람들을 잘 보듬는 것도 농협의 역할일 것 같다.
농업이 어려운 시기에, 여유가 있는 분들은 다 객지로 나가고, 부모를 봉양해야 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남아 생명창고인 농업을 지켜왔다. 이분들과 동행하면서 지위를 향상시켜 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농업이나 문화생활 측면에서 역할을 계속해왔다. 또 1980~1990년 다문화가정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이 분들이 앞으로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분들이라는 생각으로 한글교육, 친정보내기 운동 등을 전개했다. 이 사람들이 지금 지역에서 농사를 짓거나 다방면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들이 우리 지역 농토를 지켜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사람이 먹고 죽지 않는 건 다 돈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물론 소비자 먹거리안전에도 굉장히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리산권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수출도 할 수 있는 품목·품종들을 찾아 보급하려 노력 중이다. 지역에서 농민들을 돕기 위해 한평생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힘 닿는 만큼 농민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농협다운 농협’의 역할이 절실한 시기인데, 농협 전반에서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아 농협중앙회나 도시농협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일도 관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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