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종자박람회의 진짜 주인공, 농민들의 토종씨앗

  • 입력 2023.10.13 13:30
  • 수정 2023.10.13 13:3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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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종자산업진흥센터 일원에서 열린 '2023 국제종자박람회'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박람회 전시장 내 종자기업 부스들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종자산업진흥센터 일원에서 열린 '2023 국제종자박람회'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박람회 전시장 내 종자기업 부스들을 둘러보고 있다.
2023 국제종자박람회 전시장 내에 '2023 가루쌀 제과·제빵 경진대회' 출품작들이 진열돼 있다.
2023 국제종자박람회 전시장 내에 '2023 가루쌀 제과·제빵 경진대회' 출품작들이 진열돼 있다.

전북 김제시 종자산업진흥센터 일원에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원장 안호근) 주최로 지난 5~7일 열린 ‘2023 국제종자박람회’의 ‘진짜 주인공’은 토종씨앗이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국제종자박람회엔 국내 종자기업의 최신 종자 전시·소개가 이뤄졌다. 박람회엔 역병을 견딜 능력을 키워 바이러스 저항성이 강해지고 수량성도 좋아진 고추종자들을 소개한 (주)아시아종묘, 고당도·고분질 국산 미니단호박 품종 ‘달꼬미’ 및 과색·수량성·내병성이 우수하다는 오이 품종 ‘굿모닝 백다다기’를 소개한 (주)농우바이오, TY코코벨·TS써니큐 등 다양한 토마토 품종을 소개한 ㈜부농종묘 등이 참가했다.

박람회장 내 전시장 가운데엔 지난해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파트너종묘의 수박 종자 ‘피엠알아이조은’이 전시됐다. 파트너종묘의 소개에 따르면, 이 품종은 고온기 재배안정성이 높아 기존 3배체 품종과 비교해 고품질 수박의 다수확이 가능하며, 얇은 과피 및 고당도(12~14브릭스)에 단단한 육질을 특징으로 한다.

정부는 박람회장에서 최근의 농정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전시장 한쪽 벽면엔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 주최 ‘2023 가루쌀 제과·제빵 경진대회’에 출품한 가루쌀 빵들이 한가득 전시돼 있었다. 또 다른 공간에선 농식품부 ‘K-라이스벨트’ 사업 홍보가 이뤄졌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농식품부가 아프리카 쌀 자급률 향상을 목적으로 벌이는 농업공적개발원조 프로젝트로, 2027년부터 매년 벼 종자 1만톤씩 생산해 아프리카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3,800만명에게 식량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종자산업진흥센터 일원에서 열린 2023 국제종자박람회 중 전북 농민들의 토종씨앗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고창 농민 김남수(왼쪽)씨로부터 토종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종자산업진흥센터 일원에서 열린 2023 국제종자박람회 중 전북 농민들의 토종씨앗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고창 농민 김남수(왼쪽)씨로부터 토종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종자산업진흥센터 일원에서 열린 2023 국제종자박람회 중 전북 농민들의 토종씨앗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농민에게 토종씨앗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종자산업진흥센터 일원에서 열린 2023 국제종자박람회 중 전북 농민들의 토종씨앗 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농민에게 토종씨앗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람회 기간, 전시장 바로 앞 야외부스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도연합(회장 송미옥, 전북여농)이 토종씨앗 부스를 차렸다.

여성농민 출신 도의원인 오은미 전북도의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종자박람회장 내에 토종씨앗 보전 농민을 위한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파해, 다시금 전북 농민들은 올 한 해 채종·재배한 토종씨앗과 작물을 갖고 와 박람회 방문객들에게 선보였다. 지난 6일 찾은 토종씨앗 부스엔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과 오은미 의원이 함께 관람객들에게 토종씨앗의 가치를 알리고 있었다.

토종씨앗 부스엔 전북 농민들이 재배한 물감자·검정찰옥수수·제주해녀박 등의 작물이 전시됐고, 익산시여성농민회가 토종씨앗 채종포에서 키워낸 각종 토종씨앗도 눈에 띄었다. 익산시여성농민회 회원들은 올해 악화된 기후여건 속에서도 자기 농사와 토종작물 농사를 같이 지으며 토종씨앗을 지켰고, 지역민을 찾아다니며 토종씨앗의 가치를 알리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게 이현숙 익산여농 부회장의 설명이었다.

전시장을 나온 관람객 상당수도 토종씨앗 부스의 토종작물들을 흥미롭게 살펴봤다. 관람객들은 전북 농민들이 토종옥수수로 튀긴 팝콘을 시식하기도 했고, 어떤 노년 관람객은 조롱박을 오랜만에 본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박람회를 찾은 한 연구자는 “지난해 박람회 대비 분위기 자체가 덜 흥한 듯하다. 지금 배추에 관해 취재 중이라 박람회에서 배추 품종 정보를 알아보려 했으나 공쳐서 실망스럽다. 오히려 토종씨앗 부스에서 더 재밌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토종씨앗 부스를 함께 운영한 김금란 고창토종씨앗연구회장은 “농민들이 농촌에서 직접 키워낸 토종씨앗이야말로 국제종자박람회장 한가운데서 대대적으로 소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움을 표하며 정부·지자체가 토종작물 재배 농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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