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영농기계화 개시

  • 입력 2023.10.08 18:00
  • 수정 2023.10.08 20:46
  • 기자명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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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북한 농업이 기계화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9월말 북한 언론은 1만여대의 농기계를 생산해 전국의 농장에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농기계의 용도는 가을걷이와 탈곡, 가을밀과 보리의 씨뿌리기에 필요한 수확기, 탈곡기, 파종기였다. 우리 농촌에서 농기계 1만여대는 특별한 뉴스로 대접받기 어렵지만 북한 농업현장에서는 천지개벽과 같은 사건이었다. 지난 2022년 9월 이전 북한 언론은 기존의 농기계 수리와 부속품 생산 소식을 주로 보도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농기계 생산 소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2022년 9월 북한은 농기계 5,500대를 생산해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집중 공급하며 영농기계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공급한 농기계는 이동식 벼종합탈곡기 1,500대, 소형벼수확기 2,500대, 옥수수종합탈곡기 500대였는데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가 진행됐다. 그런데 보도를 통해 드러난 생소한 정보는, 생산자가 군수 부문이라는 것이었다. 민수 부문의 농기계 제조업체 역량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량의 농기계가 제작 공급된 것은 2023년 농업 예산이 14.7% 대폭 증액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군수 부문이 전담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생산한 농기계와 부속품은 중앙과 지방이 역할을 분담해 농촌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앙은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락원기계종합기업소, 금성뜨락또르공장과 군수 부문에서 생산한 농기계가 전국의 농장을 지원하고, 지방에서는 해주농기계공장, 원산시농기계작업소, 김책시농기계작업소 등 지방의 거점 생산단위가 자기 지역의 농기계를 담당했다.

북한의 영농기계화 정책 추진 효과는 무엇일까. 수확 후 손실분 축소를 통한 식량증산 효과, 노동력 절감을 통한 산업구조 현대화 효과 등을 유추해볼 수 있다. 먼저, 북한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수확 후 손실분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매년 북한의 수확 후 손실분을 추정하고 있는데, 2016년 75만4,000톤에서 2021년 102만3,000톤까지 막대한 양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손실분은 특히 2021년 전체 곡물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다. 따라서 수확 후 손실분을 절감하는 만큼 식량증산 효과로 이어진다. 최근 농촌에 공급된 농기계가 이동식 벼종합탈곡기, 소형벼수확기, 옥수수종합탈곡기 등으로 구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영농기계화는 농업 노동력도 절감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경제활동인구 중 북한의 농축산부문 종사자 비중은 33.9%(2008년 기준)다. 우리의 5.9%(2014년 기준)에 비하면 5배 이상으로 농업인구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영농기계화는 장기적으로 농업 노동력을 축소하고 제조업 노동력을 강화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영농기계화는 식량증산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정책과제인 셈이다. 북한은 올해 12월 영농기계화 정책 점검과 중장기 계획수립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8월 농기계 전문생산업체인 금성뜨락또르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망적인(중장기적인) 농기계발전전략 수립을 위해 농업인프라 실태와 농업기술력 평가자료 조사’를 지시했다. 식량증산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영농기계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북한 농업이 또 한차례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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