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이 뭐길래?

  • 입력 2023.10.08 18:00
  • 수정 2023.10.08 20:4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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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소통관에서 열린 ‘농협법 개정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민, 노동단체 대표들과 함께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및 현직 소급 조항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결국, 농협법 개정안은 이날 법사위에서 다시 계류됐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소통관에서 열린 ‘농협법 개정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민, 노동단체 대표들과 함께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및 현직 소급 조항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결국, 농협법 개정안은 이날 법사위에서 다시 계류됐다. 한승호 기자

2021~2022년 겨울, 불과 4개월의 시간 동안 국회에선 네 명의 의원이 똑같은 내용의「농업협동조합법」개정안을 발의했다. 4년 단임제인 농협중앙회장에 1회의 연임을 허용해주는 내용이다. 시급한 민생 혹은 개혁 법안도 아닌데 한꺼번에 발의가 몰렸다는 건 법안이 민원에 의한 것임을 의미한다.

민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농협중앙회다. 네 법안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연임제를 굳이 ‘현직 농협중앙회장부터’ 소급적용하게끔 설계했으며, 그렇다면 법 개정의 절대적인 수혜자는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이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조직의 특성상 현직 중앙회장에게 주어지는 ‘연임 도전권’이 ‘재선 당선증’과 크게 다르지 않음은 이미 유수의 보도에서 언급된 바와 같다.

“소리나지 않게 잘 진행될 것”이라던 모 농협 고위관계자의 예측과 달리 법안은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다. 농민단체와 농협 노조가 늦지 않게 법안의 존재를 포착해 결사 저지에 나섰고 몇몇 의원들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국회의원 간 부정 로비와 인사청탁 의혹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해수위에선 논리를 깔아뭉갠 ‘묻지마 의결’로 간신히 법안이 통과됐지만, 후속 절차인 법사위 심사에서 문제가 여실히 지적돼 2회 연속 계류 결정이 난 상태다.

단,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이 농협법 개정안이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만 담고 있는 건 아니다. 농해수위는 법안 의결 과정에서 문제의 ‘연임제 법안’ 4개를 포함해 총 20개의 농협법 개정안을 하나의 법안으로 묶어 통과시켰다. 문제의 소지가 큰 연임제가 대표로 이슈화돼 있지만 △도시농협 농업부문 역할 제고 △농협 계열사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향 △농협중앙회 회원조합지원자금 운용 투명화 등 크게 보면 7~8가지 주요 내용으로 구성된다.

농협중앙회가 회장 연임제 관철을 위해 ‘양보성 조항’으로 제시했다고 분석되는 조항이 몇몇 들어 있는가 하면, 농협중앙회의 노골적인 연임제 추진이 농협 개혁의 필요성을 고조시켜 일부 의원들이 순수 개혁 법안을 제시한 것들도 포함돼 있다. 분명한 건 연임제에 진을 빼느라 농협중앙회장·국회의원 4년 임기 내내 손대지 못했던 농협개혁이 임기 말에 이르러 간신히 법안으로 형상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법안이 괄목할 만큼 개혁적이고 의미 있는 건 아니다. 농협의 모순된 권력·지배구조를 통째로 흔드는 데 미치지 못하고 국지적 처방과 눈에 보이는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벌써부터 한계가 여실한 조항들도 있다. 하물며 연임제 통과가 가져올 역효과와 형량해 보면, 차라리 법안을 전면 폐기하는 게 낫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다만 본지는 이번 커버스토리를 통해 연임제 논란 속에서 겨우 만들어낸 21대 국회의 농협 개혁안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또 연임제가 가로막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를 독자들께 소개해 드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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