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관련기사: 변화에 대응하라, 지역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라>
새로운 작목에 도전하는 데 역경도 많았을 것 같다.
농협 직원 시절부터 내가 멜론을 가장 앞장서서 추진했다. 당시 나주 세지면 아래로는 멜론이 거의 없었다. 한 번도 안 해본 작목을 육성한다 하니 다들 못미더워했고, 교육 받으러 왔다가 성내고 가시는 분도 있었다. 농협중앙회 K-멜론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우리가 농가 수도, 출하량도 제일 적어 상당히 소외감을 느꼈다.
K-멜론은 결국 낭주농협 멜론 사업의 큰 발판이 됐는데.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가 나서 주니 정말 기대감이 컸고 그 덕에 지역 농민들도 설득할 수 있었다. 농민들이 매뉴얼·규격화를 달갑지 않아 해서 안정되기까지 3~4년 정도 걸렸지만 결국 멜론 품질을 균일화하는 계기가 됐고, 전국 유통망을 한눈에 알아보며 시장교섭력을 가질 수도 있게 됐다. 새 작목을 시도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는 건 K-멜론 사업이 참 잘 된 사업이라는 얘기다.
규격화는 양날의 검이다. 품질 관리는 확실하지만, 규격에 따라오지 못하는 농민들을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닌가.
품질을 향상시키고 균일화해야 농민들의 소득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지역마다 저품위 멜론들이 나오는데 이건 그 지역의 멜론뿐 아니라 멜론 전체의 소비를 저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소비를 늘려 농가소득을 높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불평하시는 농가도 있지만, 농협에서 제공하는 교육과 시스템을 잘 따라오신다면 충분히 상품성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갈등의 과정을 넘어 많이 안정됐는데, 그래도 1년에 서너 분은 불만을 말씀하셔서 마음이 아프다.
지역에서 새로운 작목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가장 핵심적인 건, 지역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농사짓는 사람, 농협 직원들의 상황, 모든 걸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와도 협력을 잘 해야 한다. 농협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멜론, 그 이후의 고민도 많다고 들었는데.
전남농업기술원과 함께 지역 특화작물 등을 고민하고 있다. 애초에 낭주농협이 멜론을 하게 된 것도 농업기술원 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수시로 왔다갔다 교류하고 그쪽에서 개발한 품종도 시험재배 해보며 협력했다. 멜론 이후의 지역 특화작물에 대해서도 지금 두어 가지 얘기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앞으로 인구가 줄고 소비패턴도 변하는데, 소비촉진형 농산물들을 발견해서 우리 지역에 맞는 걸 도입해야 한다. 단순히 ‘어떤 품목을 하자’ 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시장·경제·인구의 흐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 농촌의 과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건 나만의 고민이 아니다. 국민 먹거리를 어떻게 설계해 풀어 나갈 것인지 국가가 제대로 제시를 못 해주고 있는 이상, 농촌형 농협들이 마주한 공통적인 고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