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통하는 백제문화제, 죽음의 강에서 하려는가”

공주시·환경부, 올해도 백제문화제 앞두고 금강보 담수 추진

시민단체, 강바닥에 농성천막 꾸렸지만 … 공주시 강제 철거

  • 입력 2023.09.17 18:00
  • 수정 2023.09.17 18:53
  • 기자명 김희봉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지난 11일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이 금강보 앞 강바닥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11일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이 금강보 앞 강바닥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제문화제 개최를 구실삼은 충남 공주시(시장 최원철)의 금강보 재담수를 막기 위해 ‘보 철거를 위한 금강영산강 시민행동(시민행동)’이 강바닥에 농성천막을 꾸렸으나, 공주시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시민행동은 공주시농민회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지난 11일 금강보 앞 강바닥에 농성천막을 치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공주시와 환경부가 공주보 개방 상태에서 백제문화제 개최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던 보 운영 민관협의체 합의사항을 또다시 위반하며 담수를 강행한다고 맹비난했다.

문성호 시민행동 공동대표(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금강보를 담수한 채 개최한 지난해 백제문화제는 공주시의 자연유산이고 명소이며 문화공간인 고마나루의 은빛 모래와 반짝이는 조약돌을 악취 나는 뻘밭으로 만들면서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 ‘죽음의 축제’였다”고 지적하고 “공주시는 백제문화제를 세계와 통하는 축제라고 선전하면서 생명체를 죽음으로 내모는 공주보 담수를 강행하고 있다. 정작 세계는 기후위기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 생명의 강을 죽이면서 무엇을 갖고 세계와 통한다는 것인지 최원철 공주시장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물 안에 들어가 금강보 담수 반대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시민들.
강물 안에 들어가 금강보 담수 반대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시민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환경부와 공주시의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었다. ‘2019년부터 개방된 금강수위에서 배다리 및 황포돛배 설치방안을 강구한다’는 민관협의체 합의사항을 올해로 다섯 번째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최원철 공주시장이 부임한 이후 공주시가 민관협의체 구성원을 바꾸고 담수 결정을 내리면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시민행동은 특히 2021년 백제문화제 사후모니터링에서 환경부 스스로 ‘급격한 수위 상승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악영향은 뚜렷이 나타나고 수위 저하 이후에도 그 영향이 지속돼 흰수마자·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 서식과 모래톱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는 걸 강조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환경부는 지난해 백제문화제 사후모니터링 결과를 10개월이 지나도록 내지 못하고 있다. 시민행동 측은 공주시와 환경부에 △당장 공주보 담수를 중단하고 민관협의체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 △환경부의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 변경안’을 폐기하고 4대강 회복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금강보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김구환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관리단 운영부장은 “공사는 보 관리·운영만 하고 있고 담수 개방과 같은 정책 결정은 환경부의 권한이다. 이번 결정도 공주시가 환경부에 요청해서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11일 3개의 주 수문 중 1개를 내려, 30㎝ 정도 수위가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농성 나흘째인 지난 14일, 공주시가 시민들의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농성 나흘째인 지난 14일, 공주시가 시민들의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천막농성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공주시는 농성 나흘째인 지난 14일 오전 시민행동 측의 안전 및 행사 진행을 이유로 행정대집행을 예고했고, 오후에 끝내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시민행동 측은 천막 철거 이후에도 물러나지 않으며 공주시 측과 격렬한 마찰을 이어갔다.

한편 이경진 공주시 관광과 축제팀장은 농성천막이 설치됐던 지난 11일 “시민행동 측의 농성천막 강제철거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민행동은 공주시가 강제철거 계획을 숨기고 기만한 게 아니냐며 배신감을 드러내고 있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무너진 천막을 부여잡고 있는 시민행동 관계자의 모습.
무너진 천막을 부여잡고 있는 시민행동 관계자의 모습.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