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농협 합병의 이익, 농민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김정인 밀양 동밀양농협 조합장

  • 입력 2023.09.10 18:00
  • 수정 2023.10.27 16:3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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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3월 8일 치른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는 조합장의 초선·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지역 농·축협이 운영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축협 여덟 곳을 격주로 소개함으로써 전국 농·축협 임직원·조합원들이 각자 조합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관련기사: 농협 합병의 좋은 예 … 동밀양농협이 제안하는 농협의 미래>

 

김정인 동밀양농협 조합장.
김정인 동밀양농협 조합장.

조합 합병을 결정한 이유는.
농촌이 급격히 고령화·황폐화돼 가고 있다. 우리 지역도 단장·산외·상동 3개 면에 인구가 1만명인데 올해 신생아 출생이 1명인 지경이다. 합병하지 않으면 3~5년 안에는 인구감소로 큰 문제가 생길거라 생각했고, 어려움에 닥쳐서 하기보단 조합이 건실할 때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합이 커진 만큼 이익도 손실도 곱절이 될 수 있다. 손실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은데.
손실은 노력이 좌우하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나는 우리 직원들을 믿는다. 다만 지금 우리 조합에서 손실이 큰 것이 RPC와 음료가공인데, 이건 노력과 관계없는 손실들이다. 음료가공은 국산농산물 소비를 위해 애초에 손실을 각오하고 운영하는 것이지만, RPC는 정부 정책이 잘못돼서 우리가 손실을 본 것이다. 수확기에 정부가 쌀값을 지지해야 하는데 물가안정 명목으로 조금만 오르려 하면 쌀을 방출하고 있다. 올해도 정부가 엄청나게 비축을 넣고 있는데, 수확기에 방출했다간 그 손실을 농협이 다 떠안을 수 있다. 이게 제일 걱정스런 부분이다.

조합 합병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
이질적인 두 조합의 문화를 화합하는 것이다. 조합마다 직원들의 인사나 업무방식이 다 다르다. 특히 상동농협은 직원 인사이동이 많지 않던 곳인데 합병 후 이 사업장에서 저 사업장으로 이동하고 신용파트에서 경제파트로 이동하느라 고생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다들 잘 따라오고, 친절도도 좋아져서 조합원들도 좋아하신다. 기본적으로 합병하면서 직원이든 조합원이든 두 조합 중 좋은 조건으로 따라갔다. 가령 두 조합 간 직원 급여에 500만원 정도 차이가 있었는데 더 높은 쪽으로 맞추고, 조합원 면세유 수수료도 한 곳은 받고 한 곳은 안 받았는데 합병 후 일괄적으로 안 받기로 했다.

합병하는 농협들의 상당수가 신용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실태를 어떻게 생각하나.
농촌에서 할아버지·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 농협 예금 2억원이 도시로 빠져나간다. 평균적으로 한 분이 1억~2억원씩 예금을 갖고 계신데 자녀들이 다 외지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농협 신용사업은 급속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줄어드는 부분을 경제사업, 특히 농산물 판매로 메워야 한다고 본다. 그게 농협이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합병을 해서 당장은 여유가 생겼다 해도 농촌농협은 경제사업에서 일정한 수익을 내지 않으면 재정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농협중앙회 합병지원금을 조합원에게 환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농약 30% 할인지원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데.
농사짓다 온 조합장이라 영농자재 쪽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지역사랑상품권 얘길 꼭 하고 싶다. 지역농협 하나로마트·농자재센터 등의 연매출 합산이 30억원을 넘어가면 지역상품권을 쓸 수 없는데, 농자재는 정부에서도 농민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는 분야다. 어떤 사람이 정책을 세웠는지 농촌에서 농자재센터·하나로마트에 지역상품권을 못 쓰게 하는 건 아주 잘못된 정책이다. 지역상품권엔 10%의 할인효과가 있어, 우리 조합이 농약에 할인지원하는 30%를 더하면 거의 반값 구매가 가능하다. 농민들에겐 굉장히 큰 거다.

합병을 고민 또는 추진하고 있는 조합들에 조언을 전한다면.
농협마다 상황이 비슷하다면, 소멸로 접어드는 농촌에서 농협은 합병 만한 활로가 없다. 단, 합병은 ‘조합원들을 위해’ 해야 한다. 대개 합병을 하면 경영 정상화나 직원들 월급 같은 것만 생각하기 쉽다. 이익을 주민·조합원들에게 돌려준다 생각하고 진행하면 합병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고 조합원들의 호응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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