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민, 신명나는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

  • 입력 2023.09.03 18:00
  • 수정 2023.09.03 19:3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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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에서 청년농업인단체 간의 네트워킹 자리가 마련됐다. 전국에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키고 있는 청년농민들이 다른 조직의 청년을 만나 서로 교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자리였다. 청년농업인연합회, 청년여성농업인 협동조합, 와우미탄협동조합, 충남친환경청년농부, 지오쿱협동조합 등 청년농민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마주한 시간은 시종일관 밝고 유쾌했다.

재배기술이나 정책정보 등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우면서 시작해야 하는 청년농에게 스승이 되는 선배농민도 필요하지만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청년농 간의 관계맺음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조직활동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소속된 조직 내에서만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청년농민단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는 있지만 인적네트워크 확대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더 폭넓은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인적네트워크 구축은 자산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청년농은 유기농 벼, 쌈채소, 사과, 명이나물, 콩, 허브, 토종다래, 참기름, 들기름 등 서로 주력하고 있는 농사도 다양하다. 살고 있는 면을 지키기 위해 지역유산을 활용한 관광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청년농 등 이번 네트워킹 자리에서는 지역 곳곳에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농민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이러한 교류의 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청년농들이 끈끈하게 연대할 수 있고 청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청년농이 교류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의 역할이 필요하다.

농촌마을에서는 60세도 청년이라고 할 정도로 농민의 고령화는 심각한 상황이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청년도 거의 없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농은 더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참으로 귀한 존재가 바로 청년농민이다.

왜 청년농은 귀하디 귀한 존재가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한국농업이 청년에게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개방농정의 기조 속에서 펼쳐진 농업정책은 사람(농민)을 키우는 것보다 규모화, 기업화에 초점을 맞췄다. 경쟁력 지상주의 농정은 농산물 값을 저가로 형성하는 데 앞장섰고, 농민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개방농정, 경쟁력 지상주의 기조는 변화할 조짐이 없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기회인 것처럼 사람(농민)에 대한 투자로 청년농에게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일궈 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응원해야 한다. 기존에 기성세대가 만든 틀을 잣대로 평가하며 청년농민들의 활동을 제약하고 다양하게 시도해 보려는 의지를 꺾으려 하지 말고 청년들의 다양한 생각과 활동을 믿어줘야 한다.

믿고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것, 기성세대의 역할은 바로 그것이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이 가야 할 길을 판단하고 그들을 기성세대의 잣대로 바라봐서는 청년들과 함께 할 수 없다. 농업이 처해 있는 현실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농업에 종사하며 농민으로 살아가는 길을 택한 청년농민들의 고민은 기성세대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다채롭다. 청년농민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며 서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그 길을 만들어주고 그들을 지지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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