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내각의 무능 vs 구조적 문제

  • 입력 2023.09.03 18:00
  • 수정 2023.09.03 19:36
  • 기자명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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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 관료배들, 불성실한 자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고강도 질책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내각의 역할과 실력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최근 발생한 농경지 침수가 원인이다. 특히 평안북도 안석간석지 제방이 붕괴되면서 농경지가 바닷물에 침수된 것이 결정타였다. 피해 규모는 논 270여정보를 포함해서 총 560여정보로 알려졌다. 안석간석지 침수와 함께 강원도에서도 하천제방이 유실되면서 200여정보가 침수됐다. 피해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총리를 직접 거명하면서 내각과 관료들을 잡도리하고 있을까. 몇 가지 이유를 상정해볼 수 있다. 먼저, 올해 농업정책 핵심과제 중 하나가 관개체계 보완과 정비였다. 북한은 태풍과 홍수로부터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해 해안가와 하천 주변에 제방을 건설하고 보강하는 사업에 집중했다. 더불어 농수로 정비 등 밭 관개 인프라를 보강하기 위해 올해 농업부문 예산을 14.7%나 파격적으로 증액했다. 해마다 크고 작은 홍수 피해를 입었던 북한이 자연재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때마침 올해가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단행한 국가경제발전정책인 ‘5.30조치’ 10주년을 맞은 해라는 점도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둘째, 국가적인 재난예보체계가 강화됐다. 북한의 재난예보체계는 2020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2020년 북한은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으로 연이어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이후 북한은 방송을 통해 매시간 현장을 연결해 속보를 전달하는 24시간 기상특보체제를 운영해왔다. 올해는 특히 6호 태풍 카눈이 1951년 이후 처음 한반도 내륙을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따라서 북한의 기상수문국과 방송은 태풍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면서 긴박하게 기상정보를 타전했다.

셋째, 북한이 농경지 확대를 위해 간석지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허리 높이까지 바닷물에 잠긴 논에 직접 들어가 침수된 벼 이삭을 점검한 것은 그만큼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10만정보 개발을 목표로 추진 중인 간석지개발5개년계획(2020~2024년)의 주요 성과인 안석간석지는 공사 시작 3년만인 2020년 9월에 준공하고, 2021년 1월에 농경지를 ‘천수백정보’ 개간해 올해 군대에 위탁한 270여정보에서 벼농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6년 이상을 준비해 개간한 농경지가 바닷물에 침수된 현장은 재앙일 수밖에 없다.

내각과 관료들에 대한 고강도 질책은 하반기 농사관리를 위한 위기감 조성 목적으로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식량증산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고, 농업발전정책 10주년을 맞아 식량증산 성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가올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서 특단의 충격요법이 필요했다. 연평균 약 25개의 태풍(Typhoon)이 발생하는데 그중 약 17개가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피할 방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위기대응과 회복역량이다. 내각에 대한 최근의 질책은 강한 위기의식과 대처능력 즉, 구조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북한 내각의 실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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