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인당 6백만원 ‘성과급 잔치’ 눈살

창립기념 현금선물 8월 4일 3백만원, 14일 추가 3백만원

재해·생산비 폭등 … 농업현장 아우성인데 파격 액수 지급

9월 노조 선거 앞두고 중앙회 ‘현 집행부 지지 의도’ 분석도

  • 입력 2023.08.27 18:00
  • 수정 2023.08.27 20:1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가 직원 1인당 600만원씩의 고액 성과급 잔치를 벌여 농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정확히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자사 ‘창립기념품’이다. 일각에선 농협중앙회가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 재선을 위해 지원사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활발하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4일 전 직원에게 창립기념품으로 300만원씩을 지급했다. 그리고 불과 열흘 뒤인 14일, 다시 300만원씩을 추가 지급했다. 합계 600만원. 2021년 400만원, 지난해 300만원+α에 비하면 파격적인 액수다.

액수 자체도 논란이지만 더 큰 문제는 최근의 농업 상황이다. 요 몇 년 지속적인 농업생산비 증가로 농가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기후이변에 따른 피해가 특히 속출했고 최근만 해도 홍수·태풍 등 대형 재해가 덮쳐 아직 피해 수습이 진행 중이다. 농업·농민을 기반으로 하는 농협중앙회가 농촌 현장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2019년까지 통상 200% 수준이었던 농협중앙회 특별성과급은 최근 3년 지속 인상돼 지난해 400%를 기록, 3년간 하락한 농가소득과 반비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은 지난 22일 성명을 발표, “농민들이 재해로 수년간 가꿔온 논과 밭을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시름하는 동안, 농산물가격 폭락과 생산비 폭등으로 고통받는 동안, 농협중앙회는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농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몰상식한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또 “농협은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다. 오늘날과 같이 농민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농민들을 외면하고 제 밥그릇 찾는 데만 골몰한다면 농협은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농협중앙회는 조합원이 주인이라며 말로만 떠들지 말고, 주인인 농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꾸짖었다.

한편 이번 창립기념품 파격 지급은 오는 9월 있을 농협중앙회 노조 집행부 선거에 앞서 중앙회가 현 노조 집행부를 지원한 것이라는 해석이 농협중앙회 전현직 임직원 및 조합장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농협법 개정 및 농협금융지주 대표 ‘낙하산 인사’ 방조, 비정규직 처우개선 반대 등에서 나타나듯 현 노조 집행부는 사측에 특별히 협력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농협중앙회로선 현 집행부의 재선이 자신에게 유리하리라는 분석이다.

현직 지역농협 조합장 A씨는 “현장에선 농민들이 너도 나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중앙회는 우호적인 노조를 유지시키려고 선거 앞두고 성과급을 뿌리고 있다.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이 이래도 되는 건지 개탄스럽다”고 탄식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