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관련기사: 우리 농협 조합장은 지역 투쟁의 ‘선봉장’>
원전 관련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부산에 살다가 30년 전에 처가인 경주로 이주해왔다. 부산 기장에도 원전이 있는데 공사할 땐 지역이 활성화되다가 지어지고 나면 상주인력이 없어지고 동네가 폐허가 된다. 여기 와보니 똑같은 상황이더라. 정부나 한수원이 주민들의 건강을 챙기고 지역 상생의 그림을 그리게 하기 위해선 바른 소리를 해야만 했다. 원전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단 ‘똑바로 관리하라’는 입장이다.
이전엔 농민운동에 힘을 쏟았던데.
농민운동을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쌀값·UR·FTA 등 농민들이 궁지에 몰려있었고 칸쿤에서 농민 자결 사태가 일어나는 등 비참한 시절이었다. 계속 농사만 지어온 분들은 체감이 덜한 듯했지만 난 도시에서 돈을 잘 벌다가 농사지으면서 계속 까먹게 되니 문제를 더욱 절감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후계농 경북도연합회장 등 농민단체 요직을 거쳤고 2017년 마을발전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원전 문제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게 됐다.
강도 높은 대내외적 압박에도 조합 실적을 늘려올 수 있었던 비결은.
농협 경제사업은 이제 조합원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방문객 전체가 이용하는 사업이다. 부임 전 우리 주유소 매출액이 4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20억원이 됐다. 시장경제에서 타 주유소보다 싸고 좋은 기름을 팔면 잘 팔릴 수밖에 없다. 마트든 뭐든 그런 개념으로 가야 한다. 농협은 경제사업으로 돈 벌 생각하면 안된다는 생각이고, 결과적으로 수치로 평가되는 경제사업 항목들에선 중앙회 상을 꽤 많이 받았다.
신용사업의 경우엔 우선 한수원 지점 폐쇄의 피해가 그리 크지 않을 걸로 봤고 실제로 그랬다. 오히려 영업범위가 폐쇄적인 발전소 내의 인력을 광범위한 영업에 투입하면 더 효과 있겠다 싶어 독려했고 그 바람에 실적 성장이 크게 이뤄졌다. 지점 폐쇄 후 영업손익이나 조합원 환원사업이 오히려 더 많아졌고 그 부분을 조합원들도 인정해 주고 계신다.
조합장 개인이 아닌 조합 단위의 지역운동은 불가능할까.
농협 직원들도 결국 상당수가 지역에서 함께하는 일원이다. 표현을 다 못할 뿐이지 많은 직원들이 인식과 공감은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직원들을 동참시키기 위해 내가 나서게 된다면 내부 갈등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그런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조합 내 산악회·부녀회 등 조합원 조직은 자발적으로 지역에 나름의 기여를 하고 있다.
지역 문제에 대한 조합장의 역할, 왜 중요한가.
농협 조합장은 어찌됐든 지역 지도자 위상을 갖는 자리다. 특히 농촌농협은 주목받기 어려운 많은 지역 현안들을 마주하고 있다. 지도자가 역할을 안하게 되면 그 지역은 더 소외될 수밖에 없다. 현안을 모른다면 그것대로 더 큰 문제이고,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는 건 조합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