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가’ 전파한 김준기 의장, 잠든 농민 형제들 곁으로 떠나다

가톨릭농민회 창립·한국4-H본부 회장 등 농민운동에 일생 바쳐

평화와 민주주의, 후학 양성과 지역운동까지 진보운동 넘나든 삶

  • 입력 2023.08.11 09:38
  • 수정 2023.08.19 16:52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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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민운동과 한반도 평화, 지역을 위해 농민 형제들과 함께 싸우며 한생을 걸어온 김준기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의장(85,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이 지난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농민운동가 김준기 의장.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제공
농민운동가 김준기 의장.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제공

고 김준기 의장은 대학생 시절 후배들에게 ‘농민가’를 적극 전파하기도 했다. ‘농민가’는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경제개발 지상주의로 인한 농업 수탈과 그 뒤 거듭된 개방농정에 맞서 농민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수십년간 숱하게 부른 대표곡이다. 농민들의 슬픔을 달래고, 투쟁심을 다졌던 곡으로 지금도 농민의례가로 불리고 있다.

김 의장의 삶은 농민가의 가사,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 밝은 태양 솟아오르는 우리 새역사,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의 깃발이여, 찬란한 승리의 그날이 오길,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이 있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1938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김 의장은 농민운동 1세대로 1958년 서울대 농과대에 입학, 1962년 농사단(NSD)을 창단(‘농민가’는 농사단 단가였다)하고, 서울대학교4-H연구회 회장을 맡으면서 전국대학4-H연구회연합회까지 창립해 초대 회장과 지도위원을 역임했다.

김준기 의장은 1968년, 대학생 조직화를 넘어 전국 규모 농민단체의 시초이자 농민운동의 도화선이 된 한국가톨릭농민회 핵심 창립 멤버로 1, 2대 부회장과 경기도연합 초대 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런 가운데 1973년부터 인덕실업고, 신구전문대, 고려대, 단국대, 한경대, 경북대, 계명대, 상주산업대, 한국농업전문학교(현 한국농수산대) 등에서 후학 양성에도 매진했다.

그의 활동은 농민운동 조직화와 청년농민 양성에만 머물지 않았다.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운동과 민주화운동 및 평화통일 운동까지 넘나들었다.

1981년 성남YMCA를 창립해 1․2대 부이사장을 맡았고, 1982년부터는 한국YMCA연맹 농촌사업위원장, 1986년엔 (성남)지역사회발전연구소를 설립해 소장으로 활동했다. 1988년부터 임종 전까지 사월혁명회 창립회원 및 7~9기 공동의장을 역임했다.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김준기 의장은 1988년 민중의당을 창당해 부총재 및 공동대표로 활동했고, 1995년 제15대 총선, 2002년 민주노동당 경기도지사로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1989년부터는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대변인을 맡아 월간 <함께하는 농민>을 발행하는 등 왕성히 활동하다 민중의당과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해체 및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공안사건에 휘말리는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1993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공동대표와 운영위원, 주한 미군시설 확장 반대와 우리땅 되찾기 경기도운동본부 상임본부장을 역임하고, 2018년부터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의장과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2020년부터는 평화협정운동본부 고문을 맡아 임종 전까지 한반도 평화와 조국통일운동 현장을 지켰다.

진보진영 운동을 넘나들면서도 김준기 의장의 중심은 농업이었다. 1998년 (사)한국4-H연맹 부설 농촌청소년문화연구소 소장, 1999년 우리농업회생운동본부 본부장, 2006년 (사)한국4-H본부 회장 등을 수년간 맡으며 농업·농촌 발전에 천착했다.

젊은 시절부터 후학 양성에 남다른 애정을 지녀왔던 김준기 의장은 2007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부회장, 2013년 (비영리교육법인) 에듀팜 상임고문 활동과 함께 임종 전까지 함께하는 우리, (일농)공동체사회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발인은 8월 11일 오전 9시 20분이다. 김준기 의장은 성남영생관리사무소에서 화장 뒤, 장지인 마석 모란공원(잠정)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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