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그 이후, 농민들에게 강요된 ‘짐’

괴산 농경지 침수 피해 현장, 농지·작물·시설 훼손 아수라장

허울뿐인 보상, 막막한 재파종 … 재해에 맨몸 노출된 농민들

  • 입력 2023.07.18 08:00
  • 수정 2023.07.19 16:1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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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의 인삼밭에서 17일 농민들이 침수된 차광막을 걷어내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의 인삼밭에서 17일 농민들이 침수된 차광막을 걷어내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감물면 구월리의 한 시설하우스에 보관 중인 버섯재배용 배지가 17일 토사 등으로 뒤범벅돼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감물면 구월리의 한 시설하우스에 보관 중인 버섯재배용 배지가 17일 토사 등으로 뒤범벅돼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의 콩밭과 인삼밭, 복숭아밭 등이 밀려든 토사와 잔해물 등으로 뒤범벅돼 있는 가운데 17일 피해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의 콩밭과 인삼밭, 복숭아밭 등이 밀려든 토사와 잔해물 등으로 뒤범벅돼 있는 가운데 17일 피해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감물면 구월리 들녘이 17일 인근 시설하우스에서 밀려든 주방기구와 박스, 토사 등으로 뒤범벅돼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감물면 구월리 들녘이 17일 인근 시설하우스에서 밀려든 주방기구와 박스, 토사 등으로 뒤범벅돼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의 콩밭과 인삼밭, 논 등이 17일 밀려든 토사와 잔해물 등으로 뒤범벅돼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수해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발생한 충북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의 콩밭과 인삼밭, 논 등이 17일 밀려든 토사와 잔해물 등으로 뒤범벅돼 있다.

지난 15일 전북·충남·충북·경북 등 중부-남부지역 경계를 따라 쏟아진 폭우에 농경지·농작물에 대대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비가 그친 뒤 각지에서 복구가 한창이지만, 감당하기 힘든 짐을 떠안게 된 농민들의 얼굴엔 점점 더 짙은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

아찔한 대홍수를 겪은 지 이틀째인 17일, 충북 괴산의 풍경은 여전히 처참했다. 괴산댐이 월류하고 하천 둑이 터지자 비교적 고지대의 건물들마저 절반이 잠길 만큼 물이 들어찼고, 모든 농업시설과 창고가 엉망이 됐다. 냉난방기와 포장박스, 비축해둔 농산물이 모두 무용지물이 됐으며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가 통째로 뽑혀 떠내려간 곳도 있다. 진흙 뻘밭이 된 밭 위엔 작물들이 죽어 뒤엉켰다.

물에 젖은 세간을 말리는 민가, 도로와 마을을 정비하는 장비들. 당장의 주거공간은 조금씩 정돈되고 있지만 농경지는 황량한 모습 그대로 방치돼 있다. 완전히 진흙탕이 돼버려 장비가 들어갈 수 없고 인부들도 작업을 꺼리는 탓이다. 요행히 인력을 섭외한 농민들도 비닐제거나 수로정비는 손도 못 대고 떠내려간 상자를 주워오거나 살아남은 작물에 붙은 진흙을 씻어내는 게 전부다.

농민들에게 농경지는 주거공간 이상으로 중요한 공간이다. 농지는 생계의 터전인 직장이고 그 위에 심긴 농작물은 당장 올해를 살아갈 소득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히 알려졌듯 우리 정부는 농업 재해대책을 전적으로 민간보험에 위임하고 있으며 보험사는 농가 피해보상에 매우 방어적으로 임한다.

감물면에서 인삼 농사를 짓는 신준경(61)씨는 “(밤새 폭우가 온 뒤) 아침에 나와봤는데 여기저기가 다 막혀 밭에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설령 들어간다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올해 10월에 수확할 예정이었던 6년근 인삼이 하나도 못 쓰게 돼버렸다. 보험을 들어놨지만 보험금이라봐야 이것저것 칼질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피해액의 30% 정도로, 6년 동안 투입한 생산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괴산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불정면·감물면 일대는 콩·옥수수·복숭아·인삼 등 침수에 취약한 작물들을 주작목으로 하고 있다. 침수가 일어나면 수확이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작물 자체가 죽어버리는 품목들이다. 재해로 인해 지역 전체에 엄청난 경제적 피해가 닥쳤음에도 그 책임은 농민들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이나 정책으로 대파비 정도의 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대파할 만한 품목은 기껏해야 배추·무 정도. 8월 중순까지는 파종해야 하는 작물인데 그때까지 복구가 가능할지도 미지수고 이제와서 종자 자체를 구하는 것도 힘들다. 또한, 설령 심는다 해도 재배집중으로 인한 폭락이 불 보듯 뻔하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이용희 괴산군농민회장은 “홍수가 나 물이 차 있을 때만 정치인과 기자들이 다녀가고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엔 관심이 없다. 재해정책은 텅 비어있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 한들 농업분야 피해 산정기준을 엉망진창으로 해놔 피해를 10~15%밖에 보상받을 수 없다. 유독 농업 쪽에만 관심도가 너무 떨어져서 농민들에겐 아주 기본적인 피해 구제방안조차 마련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날 피해 현장을 답사한 이상정 충북도의원도 “재해가 나면 농민들은 자신들의 ‘생산시설’에 피해를 입게 된다. 주택이나 도로는 바로 복구할 수 있지만 농지는 그렇지 못하다. 농민들이 아예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될 수도 있고, 자칫하면 한 지역의 경제가 다 무너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3년 전 감물면에 귀농해 버섯 농사를 짓는 김광율(67)씨는 이번 홍수로 표고버섯 배지 3만개와 투자해 놓은 시설 전부를 잃었다. 그는 “화재보다 무서운 게 수재다. 하우스 철골이 다 휘고 저온창고가 엎어져버렸다”라며 “폭우 당일 엉망진창이 된 농장을 보고 ‘괜히 귀농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민으로 살기가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다”고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한편 이번 농경지 수해는 괴산뿐 아니라 전북 김제·익산, 충남 논산·부여, 경북 예천·영주 등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17일 오전 6시 기준 정부 집계 피해현황은 농작물 2만7,094.8ha(침수 2만6,893.8ha, 낙과 39.7ha, 유실·매몰 161.3ha), 시설파손 19.3ha(축사 19.1ha, 비닐하우스 0.1ha, 창고 0.1ha), 가축폐사 57만9,000마리(닭 53만3,000마리, 오리 4만3,000마리, 돼지 3,000마리, 소 40마리)다. 피해 규모는 전북·충남·충북·경북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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