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실종된 ‘농민권리’를 찾습니다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농민 무권리 상황 진단 및 대안 모색

  • 입력 2023.07.14 15:40
  • 수정 2023.07.14 15:4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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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포럼에서 농민권리 실현을 위해 향후 다각적 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포럼에 이은 총회에선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장(왼쪽 두번째)이 사무처장에 선임됐다.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포럼에서 농민권리 실현을 위해 향후 다각적 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포럼에 이은 총회에선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장(왼쪽 두번째)이 사무처장에 선임됐다.

2018년 국제연합(유엔)의 ‘농민 농촌노동자 권리선언(농민권리선언)’ 최종 채택 시 기권표를 던진 대한민국은 원래 ‘농민권리’ 실현과 거리가 먼 나라였지만, 윤석열정부 하 대한민국에서 ‘농민권리’는 완전히 실종됐다는 평이 제기된다.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대표 김정열)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개최한 2023년 상반기 포럼을 통해 실종 상태의 농민권리를 진단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윤석열정부 농정을 ‘농민이 없는 농정’이라고 정의하며 현재 우리나라 농민의 무권리 상태를 지적했다.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농정의 주요 특징으로 △해외농업개발 추진 및 민간기업 지원 △농업정책에서의 국가 역할 축소 △기업 역할 강조 △기술 중심주의 농정 추진 등의 특성을 언급했다.

농업분야 국가 역할 축소의 예시로는 △의무자조금 제도 변경을 통한 농산물 ‘자율적 수급 관리체계 구축’ 유도 △아프리카돼지열병·구제역 등 전염성 가축 질병 관련 민간 주체 책임성 및 처벌 중심주의 강화 등이 거론됐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기술 중심주의 농정의 예시로서 ‘스마트농업 육성 예산의 친환경농업 육성 예산 역전’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해 스마트농업 육성 예산은 약 864억원, 친환경농업 육성 예산은 약 2,885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스마트농업 예산이 약 1,101억원, 친환경농업 예산이 약 995억원으로 뒤집혔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농민권리선언 조항과 연결지어 현행 농정의 문제점을 짚었다. 우선, 농민이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제16조)의 후퇴 사례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 거부와 정부 시장 개입 최소화, 생산비 폭등 및 농업재해 대책에 대한 중앙정부의 미온적 움직임 등을 거론했다.

농민의 토지·생계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사업·계획의 수립과 시행에의 참여에 대한 권리(제10조)도 후퇴했다. 스마트농업 관련 기본계획 수립·시행 시 현장 농민 참여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농업 정책의 일방 추진은 농민이 국가·지자체 차원에서 기후변화 적응·완화 정책을 계획하고 이행하는 데 기여할 권리(제18조)를 침해받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농촌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무부(장관 한동훈)의 일방적 범법자 취급은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제3조)를 침해한다는 게 송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김정열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대표는 지난 2월 18일 윤석열정부가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사례가 농민의 사고·신념·양심·종교·의사표현 및 평화적 집회의 자유 권리(제8조)를 침해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한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녀들의 제주도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반대 투쟁은 농민과 농촌에 사는 사람이 적절한 생활 여건을 누리기 위해 공동체 내 자연자원에 접근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할 권리(제5조)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밝혔다.

박미정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농민권리선언 제15조 속 ‘식량주권’, 즉 농민이 자신의 먹거리 및 농업체계를 결정할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을 언급했다. 정부의 계속되는 농산물 수입의존 정책이 그 예시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해 마늘 출하시기 1만톤 가량의 마늘 수입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경남 창녕에선 경매중단사태가 발생했다”며 “저율관세할당량(TRQ) 수입 – 가격폭락 – 생산기반 약화 – 수입 의존 – 생산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 – TRQ 수입이라는 악순환의 연쇄고리가 우리 농업을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농민권리 실종 상태가 이어진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박웅두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은 중소농의 농업소득 감소가 ‘농민의 농사 포기 – 농촌지역 경제 기반 피폐 – 지역소멸 가속화 – 중소농 붕괴로 인한 식량자급 목표치 달성 난항 –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약화 – 사회적 비용 상승’이라는 연쇄고리로 이어지리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농어민기본소득 지급을 통해 농정 틀을 전환하고 지속가능한 생태환경농업 발전을 추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희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농민권리 후퇴는 먹거리기본권 후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대표는 “유통·가공 영역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거대 농기업에 휘둘리는 먹거리가 아닌,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으로서 먹거리를 바라봐야 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먹거리기본법도 그러한 기본권적 관점에서 만들어졌다”며 “내년 총선과 2025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으로 이어지는 선거국면을 앞두고 농민·먹거리운동 진영의 확실한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담론 만들기는 농민권리선언·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논의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농민권리선언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타 사회운동 영역(예컨대 기후정의운동, 이주노동자운동 등)과의 연대 △농민권리선언 공론화 위한 제도권(국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내 활동 강화 △농민권리 제도화 방안 관련 지속적 논의 전개(예컨대 농민기본법·먹거리기본법 제도화 위한 협력 강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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