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주역

  • 입력 2023.07.16 18:00
  • 수정 2023.07.16 18:37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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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염천의 더위에, 외국인노동자 10여명이 시설하우스에서 열무를 수확하고 있다. 뜨거운 햇빛을 조금이나마 줄여볼 요량으로 하우스 비닐 위에 차광막을 쳐 보기도 하지만 한껏 달궈진 복사열에 숨이 턱턱 막히고 줄줄 흐르는 땀은 어쩔 수 없다. 통풍을 위해 비닐을 걷어낸 곳에서 이따금 바람이 들어와 땀을 식혀주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열무 농사를 짓는 농민은 수확을 앞두고 이미 밭떼기로 시장상인에게 열무를 넘긴 뒤였다. 온갖 비용은 비용대로 올랐는데 인건비까지 감당하며 열무를 수확하기엔 들쭉날쭉한 시세가 불안했고 농업 인력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포도시 그간 투입된 비용에 열무를 재파종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만 남긴 채 밭을 넘겼다. 4kg 한 상자에 5,000~6,000원이던 열무가 장맛비 영향으로 며칠 사이에 1만원까지 폭등해도 그저 먼 산 너머 남의 이야기였다.

하우스에서 며칠째 열무를 수확 중인 외국인노동자들은 당연히(!) 시장상인이 고용해 데리고 온 이들이었다. 태국에서 왔다는 외국인노동자들은, 농작업 현장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20~30대 청년들이었다. 부부, 친구 관계가 대부분이라고…. 시장상인은 농촌에서 일할 우리나라 사람은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더구나 최근엔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단속 소식이 알려지며 외국인노동자들이 농작업을 기피해 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도 했다.

열무를 수확하던 외국인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추고 잠시 하우스 밖으로 나선다. 작업 공간의 햇빛을 가려줄 차광막을 이동해 다시 설치하기 위해서다. 수확이 끝난 열무밭을 지나 일방석을 들고 나가는 뒷모습이 왜인지 익숙하면서도 꽤 낯설다. 60대도 젊다던, 나이 든 우리네 농민들의 뒷모습과 젊디젊은 외국인노동자들의 뒷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여서일까. 문득 슬펐고 문득 10년 뒤 우리 농촌의 주역은 저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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