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민들레마을’ 도창리에 평화를 부르는 일꾼들이 왔다. 지난달 24일 도착해서 낮에는 주민들의 농사를 돕고 저녁에는 평화를 주제로 학습과 토론을 했다. 이들의 이름은 ‘파즈(PAZ)’, ‘평화’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파즈는 국제 정치·외교 분야의 주요문제를 찾아 공부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활동까지 하는 동아리다. 서울·경인 지역 대학 연합동아리로 현재 19개 대학 2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해지(이화여자대학교 졸업)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쟁이 부르는 폭력과 씻을 수 없는 상처들을 보며 무조건 평화가 실현돼야 함을 느꼈다”고 창설 배경을 말했다. 김예은 파즈 대표는 “지금까지 분단 상황을 겪는 마을에서 전쟁이 낳은 모순과 아픔을 몸으로 겪고 싶어서 철원에서의 활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총 24명이 참가한 파즈 회원들은 도창리 마을 주민들이 제공한 마을회관에서 생활했다.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배치돼 토마토 따기, 가지 솎기, 들깨 심기, 제초작업과 방역작업 등을 했다. 새내기 대학생 김민준씨는 “체험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정말 힘들다. 고된 노동의 결과물을 너무 쉽게 먹어왔다는 미안함과 감사함이 밀려든다. 청년세대로서 농촌과 도시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는 강민기씨는 “강대국들은 식량 자급을 위해 모두 자국 농업·농민 보호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점이다.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마케팅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구재본 도창리 이장은 “아직까지도 정부는 농민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책적으로도 반영하지 않는다. 이 청년들이 농촌에서의 활동을 잊지 않고 커서 후에 농민을 대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한편 ‘파즈와 도창리 주민의 만남’으로 시작한 철원의 농활은 계속 이어졌다. 대학연합동아리 '더불어 숲'은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에서 지난달 29일부터 8박 9일간의 농활을 철원군농민회와 함께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