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은 엄마 품... 소진된 에너지, 농업·농촌에서 채워요”

농촌진흥청, 치유농장 팸투어·치유농업 활성화에 박차

맞춤형 치유농업으로 삶의 질 향상, 농촌 활성화 도모

  • 입력 2023.06.14 23:10
  • 수정 2023.06.15 09:28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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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수감자, 학교 폭력 가해 및 피해 학생, 암과 싸우는 환자,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소방관, 발달장애인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이들부터 ‘모든 걸 팽개친 채 사라지고 싶은 순간’을 자주 경험하는 직장인,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 자연과 교감하고픈 어린이 등 쉼이 필요한 이들까지, 누구에게나 치유를 제공하는 농업 분야가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농진청)의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치유농업’이다.

치유농업은 다양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건강을 회복, 유지하고 이로써 농가 수익과 전체 사회의 가치까지 창출하는 농업이다. 동식물, 농작업, 농촌 자연환경 등 농업농촌과 연결된 모든 것을 매개로 한다. 잘 알려진 원예치유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농진청이 지금까지 치유농업을 진행한 결과 치유농업 경험자들에게선 심리정서 영역은 물론 인지 영역, 신체 영역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타났다.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 일상·업무 수행능력,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이 증가해 삶의 질과 생활 만족도가 향상됐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13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드림뜰 힐링팜에서 진행한 치유농업 답사여행 참가자들이 화단에서 꽃바구니에 쓸 꽃을 채집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13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드림뜰 힐링팜에서 진행한 치유농업 답사여행 참가자들이 화단에서 꽃바구니에 쓸 꽃을 채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정신건강실태조사(2021년)를 보면, 정신장애(우울장애, 불안장애, 알코올정신장애 등) 평생 유병률은 전체 27.8%에 달한다. 성인의 10.7%가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했으며, OECD 나라 중 자살률 1위(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26.6명)다. 이처럼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치유농업은 더욱 필요하다. 아울러 인구감소지역 89곳(2021년 행정안전부 지정) 가운데 77%에 달하는 69곳이 농촌일 만큼,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에 치유농업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농진청의 진단이다.

현재 한국에서 치유농업은 활성화를 꾀하는 상태다. 농진청은 1994년 원예치유를 도입한 뒤, 2013년부터 10년에 걸쳐, 대상자 맞춤형 원예치유 프로그램 지원(2013년~2014년), 치유농업 제도구축 방안 마련(2015년~2016년), 생애주기별 맞춤형 치유농업 서비스 설계(2017년~2020년)를 추진했다. 이어 2021년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 시행과 치유농업추진단 발족, 제1차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2022년~2026년)으로 치유농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농진청이 수요자 맞춤형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은 34종이다. 농진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17종), 국립농업과학원(10종), 국립축산과학원(3종), 국립식량과학원(4종)에서 운영한다. 특히 지난해엔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4종(노인맞춤돌봄, 치매관리, 노인주간보호, 발달장애인 주간보호)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농장 10개소를 육성했다. 앞으로도 치유농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높이고, 사회복지서비스와 연계한 치유농업 서비스를 다각도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농진청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설은 모두 353개소(농장 292개소, 마을 61개소)다. 민간이 개별로 운영하는 치유농업 시설도 계속 늘고 있어, 농진청은 민간재원 활용을 위해 인증절차를 거친 뒤 제도권으로 진입하도록 이끌 예정이다. 인증제 도입을 위한 치유농업법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며, 사회복지사업 연계를 위한 개정안도 상임위에 올라 있다.

장정희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장이 치유농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정희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추진단장이 치유농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 13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 드림뜰 힐링팜(대표 송미나)에서 농진청 출입 기자단 치유농업 팸투어(주최측이 홍보를 위해 진행하는 답사여행)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장정희 농진청 치유농업추진단장은 치유농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장정희 단장은 “치유농업을 ‘엄마 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만큼 절대적인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자연에서 위안받는 것은 본능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사에서 탈탈 털린 50대 중년 회사원들이 퇴근 뒤 집에서 가장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이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한다. 이뿐 아니라 ‘도시어부’, 캠핑 등 최근 자연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많다. 이는 모두 우리가 본능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 단장은 “우리나라 치유농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유럽이 인증제를 도입해 치유농업과 복지서비스와의 연계가 정착됐듯, 우리도 내년 하반기부터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를 시작한다”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인증제를 기반으로 농업과 복지가 제도적으로 연계된다면, 치유농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진청은 치유농업 확산과 정착을 위해 2025년까지 중앙 거점 기관으로 경남 김해시에 치유농업확산센터를 만든다. 광역 단위 거점 기관으론 도 농업기술원, 특·광역시는 농업기술센터에 치유농업센터를 설치한다. 현재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 2개소가 마련됐고, 올해 안으로 6개소, 2026년까진 17개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송미나 드림뜰 힐링팜 대표가 화단에 피어 있는 꽃(마가렛)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미나 드림뜰 힐링팜 대표가 화단에 피어 있는 꽃(마가렛)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장에서 태어나 건강하게 자란 산양 '눈송이'가 한 참가자가 건넨 풀을 맛있게 먹고 있다. 이 농장엔 낯선 사람을 친근하게 반겨주는 콩콩이(개), 마스카라한 듯 눈 주위가 검은 드워프토끼 형제들 5마리 등 동물 가족들이 산다. 
농장에서 태어나 건강하게 자란 산양 '눈송이'가 한 참가자가 건넨 풀을 맛있게 먹고 있다. 이 농장엔 낯선 사람을 친근하게 반겨주는 콩콩이(개), 마스카라한 듯 눈 주위가 검은 드워프토끼 형제들 5마리 등 동물 가족들이 산다. 

한편 이날 진행된 답사여행은 ‘농장에서 나를 만나요’를 주제로 농장 산책과 주변 꽃 채집, 꽃바구니 만들기와 자신을 격려하는 카드 쓰기 등으로 진행됐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송미나 대표는 23세에 농업을 시작해 올해 12년 차 경력의 청년 여성농민으로, 치유농장 운영만 9년 차인 베테랑이다. 지난 2021년 농진청 주최 제17회 생활원예중앙경진대회 치유농업 프로그램 경진 부분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받은 농업계 인재다.

이 농장은 전주장애인복지관, 김제특수교육지원센터, 문화가족지원센터, 완주교육지원청, 치매안심센터 등 기관과 개인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꽃, 채소, 동물(산양, 미니피그, 토끼, 오골계, 강아지) 등으로 텃밭활동, 동물 교감, 숲치유, 미술치료, 심리극 등을 진행한다.

송 대표는 이날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자연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 농업·농촌”이라며 “많이 찾는다는 건 사람들이 자연에 끌리는 힘 때문인 것 같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농촌에서 흠뻑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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