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농정예산, ‘현장 농민’의 관점으로 편성해야

경남 농가소득 '반토막' … 순세계잉여금 통한 균형재정 필

  • 입력 2023.06.11 18:00
  • 수정 2023.06.12 06:3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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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후위기와 정부의 농정 무시, 지역 양극화 문제 등이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가운데. 국가의 부(富)는 늘어나건만 정작 농정예산은 국가·지자체를 막론하고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지자체에서 쓸 농정예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나, 현장 농민이 진정 필요로 하는 농정예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요구된다.

지자체 농정예산서 점차 약화되는 ‘지역 자율성’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이 최근 9개 광역지자체(도)별 농정예산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9개 도 모두 올해 농림해양수산 분야 예산에서 국고보조금 예산과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예산 비중은 2019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국가 예산 항목 중 기금보조금 예산만이 2020년부터 지자체 전반적으로 비중이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2020년부터 공익직불제 시행에 따라 기금보조금 예산으로 기본형 공익직불금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상남도의 경우 국고보조금 비율은 2019년 40.5%(3,799억300만원)에서 2023년 27.9%(3,432억5,000만원)로, 균특보조금 비율은 2019년 28.2%(2,647억9,500만원)에서 2023년 15.7%(1,929억9,000만원)로 줄어든 반면 기금보조금 비율은 2019년 3.6%(341억9,300만원)에서 2023년 22.3%(2,743억300만원)로 늘어났다. 경남도의 전체 예산 대비 농림해양수산 분야 예산 비율은 2019년 11.4%에서 2023년 10.2%로 감소했다.

균특회계 예산은 명목상으론 지역 간 균형발전 도모 및 지역 간 재정 격차 감소를 위해 정부가 별도 지원하는 예산이다. 균특회계는 ‘지원계정’과 ‘자율계정’으로 나뉘는데, 지원계정은 사업내용과 예산 사용범위를 정부 부처가 정하는 예산 항목이며, 자율계정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다.

이수미 부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지원계정은 전체 균특회계 예산의 75.7%(8조2,388억원), 자율계정은 21.2%(2조3,045억원)였다. 문제는 자율계정의 균특회계 내 비중이 2019년 51.6%에서 지난해 21.2%로 줄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의 균특회계가 존재 목적인 국가 균형발전 및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지 점검하면서, 농업기반정비사업 등 각 지자체에서 진행해야 할 사업이 지방비 부족에 따른 재원 부족, 추진력 저하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조율을 향상해야 한다는 게 이 부소장의 주장이다.

반토막 난 농가소득 … 순세계잉여금 통한 ‘균형재정’ 고민해야

지난 2일 경남 창원시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남마늘생산자협회·경남양파생산자협회·경남친환경농업협회·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등 경남 농민단체 공동주최로 ‘농정예산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일 경남 창원시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남마늘생산자협회·경남양파생산자협회·경남친환경농업협회·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등 경남 농민단체 공동주최로 ‘농정예산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전국 각지의 농민들은 농정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남지역 농민들도 분주하다.

지난 2일 경남 창원시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등 경남 농민단체 공동주최로 ‘농정예산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에 따르면, 경남도의 농가당 농업소득은 2021년 1,083만3,000원에서 지난해 52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전국 평균 농업소득 자체도 전년 대비 26.8% 감소한 949만원이었는데, 경남도의 평균 농업소득은 전국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류경완 경남도의원은 “상황이 이러함에도 올해 경남도의 농업·농촌 예산은 7,522억원으로 전체 예산 대비 6.2%인데, 이는 전국 광역 시·도 중 최하위 수준의 비중”이라 한 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경남도의 농업·농촌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하며, 예산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회에선 순세계잉여금, 즉 전년도에 지출되지 않은 채 남은 세금의 활용 필요성도 제기됐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전농 부경연맹) 의장은 “경남도의 경우 2021년도 순세계잉여금이 약 1조7,550억원(경남 기초지자체 잉여금 합계 1조3,997억6,700만원, 경남 본청 잉여금 3,552억6,200만원)인데, 진주시만 봐도 3,627억원의 순세계잉여금이 남은 상태였다. 계속해서 잉여금이 늘면서 균형재정 실현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농촌의 공공성 확대 위한 예산 필요

경남 농민단체들이 지난 5일 경남도청 앞에서 농업예산 증액촉구 기자회견을 열며 경남도의 순세계잉여금을 파산 직전인 농민과 서민의 민생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제공
경남 농민단체들이 지난 5일 경남도청 앞에서 농업예산 증액촉구 기자회견을 열며 경남도의 순세계잉여금을 파산 직전인 농민과 서민의 민생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제공

토론회 참가자들은 지자체 농정예산을 늘리는 것과 함께, ‘현장 농민의 관점’에서 농정예산을 편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수미 녀름 부소장은 특히 농업·농촌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농업재해 대책 마련 △새로운 농민 발굴·육성 △지역 특색 반영하는 선택형직불제 도입 등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 발굴·육성 예산은 농가경영주 중 30세 미만이 전체의 0.06%인 590가구에 그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유지에 나설 새 농민을 농업의 주체로 키우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하는 예산이며, 선택형직불제 강화는 지역 특색에 맞는 다양한 공익적 활동(경남 다랑논 보전 활동, 제주 밭담 보전 활동 등)을 정책적으로 담보할 수 있기에 필요하다는 게 이 부소장의 설명이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농민들이 비료·농기계 관련 보조사업을 반길 듯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농자재 보조사업은 농가경영체 등록정보를 기준으로 진행되다 보니, 농자재 관련 지원을 실제 경작자가 받지 못하고 부재지주가 받는 경우가 많다. 농자재 보조사업이 농자재업자만 배불릴 게 아니라 농민이 실제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예산이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농작물 재해보상과 관련해서도 ‘경작신고제’ 등의 장치를 통해 실제 경작자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7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경남도의회 제405회 정례회에선 2023년도 경남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관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남 농민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경남도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경남도가 전체 예산 대비 6%대인 농업예산을 최소 1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 경남도의 순세계잉여금을 파산 직전인 농민과 서민의 민생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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