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노련, 어기구 의원과 ‘공공기관 갑질근절’ 논의

10개 기관 ‘갑질사례’ 조사 중 … 국회도 관심 촉구

“공공기관 먼저 달라져야 민간기업도 변화 가능해”

  • 입력 2023.06.04 18:00
  • 수정 2023.06.05 07:0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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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의장 서권재 aT노조위원장, 전농노련)가 농업분야 공공기관의 갑질문화를 뿌리뽑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부터 10개 기관 대상 ‘갑질피해 사례’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관심을 촉구했다.

전농노련은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과 ‘농업 공공분야 갑질 없는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농노련은 농림축산식품부 및 유관기관 노동조합과 단체 등 15개 조직의 연대체이며 지난 2015년 창립해 활동해 오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서권재 전농노련 의장은 “지난 2018년 정부가 갑질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해 가이드라인, 행동강령 등을 배포했지만, 5년이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면서 “공공기관이 갑질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면 결국 국민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올해 갑질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농노련은 지난 2월 갑질근절 공동선언식을 했고, 이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10개 기관 노동자들 대상으로 피해사례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 중이다.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농업 공공분야의 갑질 없는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농업 공공분야의 갑질 없는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서권재 의장은 “대표적인 갑질은 반말, 욕설, 폭언과 같이 비인격적 언행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거나, 근무 외 시간에 업무 관련 지시를 하거나 자신의 업무를 떠넘기는 행태 등 다양하다”고 실태를 전했다.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당함을 토로하면 ‘사업을 없애겠다’는 으름장을 비롯해 불이익의 형태도 다수라는 지적이다.

노조위원장들이 그간 보고 들은 사례를 종합하면 △직급이 낮은 여성직원 △겁이 많고 말을 잘 못하는 직원들에게 상당히 고압적이며, 퇴근을 앞둔 5시30분경에 이런저런 자료를 요청해 결국 야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 등이다. 젊은 직원들 중 상급기관에 불편함을 이야기라도 하면 업무적 요청 수준이 달라지기도 하고, ‘조심해라’, ‘요즘 힘들다며?’ 이렇게 한마디씩 던진다고 한다. 그럼 그다음 대응을 못하고 끙끙 앓다가 그만두거나 버티거나 둘 중 하나인데, 결국 즐겁지 않은 직장을 다니는 상황이 초래된다.

신원상 농림수산교육문화정보원 노조위원장은 “농식품부 직원들도 교묘히 대비한다”고 꼬집었다. 녹음이 가능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할 땐 순화한 단어를 사용하거나 계산된 말을 하고 유선전화로 통화를 할 땐 어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사개입’ 갑질도 심각하다. 농식품부에서 ‘자기사람’들을 기관장이나 임원 자리에 앉히기 위한 물밑작업들도 벌어진다는 주장이다.

지성환 축산물품질평가원 노조위원장은 “최소한 자기가 가려는 기관에 대한 전문지식이 높은 사람이 오면 그나마 낫다. 문제는 소비자 수준으로 이해도가 낮은 사람이 기관장 등을 맡게 되면 애로사항이 많다. 기초적인 업무 파악에 임기를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현소 농촌진흥청 노동조합 지부장은 상급기관의 갑질뿐 아니라 기관 내에서 횡행하는 문제를 지적했는데, “몇 년 전 실제 조직 내 갑질문제로 직원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면서 인격모독적 폭언으로 결국 공황장애를 앓거나 이직을 한 직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적극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데모장비를 빌렸다가 반납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 직원을 ‘회계부정’으로 감사받게 하고, 경찰고발 수사까지 받은 일도 폭로했다. 당시 노동조합의 적극 대응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3~4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승진에서 누락되는 불이익 등은 고스란히 직원의 몫이었다.

어기구 의원은 “농업 분야엔 노사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갑질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회에도 꼭 공유해 달라. 간담회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정부에 충분히 전달하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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