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새 시대 남북농촌혁명

  • 입력 2023.05.21 18:00
  • 기자명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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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유난히 무더운 5월을 보내고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해가 지날수록 전년의 기록을 깨며 폭염과 폭우 또는 극심한 가뭄과 혹한 등 심상치 않은 기후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는 특히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농업 부문에 치명적이다. 농사는 예부터 하늘과 사람이 함께 짓는 것이라 할 만큼 날씨가 어떤가에 따라 결실이 달라지곤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람이 예측 가능한 부분이 많았기에 거기에 순응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은 그러한 예측이 무색하다 할 만큼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과거에 비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한 과학의 힘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해나가려 하지만 이 역시 탄탄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이래저래 어려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에선 올해 하반기 엘니뇨 발생 확률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올해 역시 이상기후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북한은 이에 대비해 모내기를 5월 말까지 끝내자고 연일 독려하고 있다. 최근 <노동신문>을 살펴보면 모내기 총동원 태세에 돌입한 북한이 과학적 기상예보를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상수문국 산하 기후연구소의 최근 활동을 소개한 신문은 “기후연구소에서 농업 기상통보의 과학성 제고를 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방대한 양의 자료기지 구축사업은 짧은 기간에 결속(마무리)되어 농업 기상통보의 과학성 제고를 위한 담보가 마련되었다”고 밝혔다. 신문은 별도 기사에서도 기상수문국과 농업과학원 등 관련 기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재해성 기상현상 예보를 과학화할 수 있는 예보 방법 등을 확립하는 데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북한의 앞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21년부터 이른바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을 앞세우며 새로운 농정전략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새 농정전략의 핵심은 사회주의 중앙계획과 자립의 강화로 정리된다. 이는 북한 농정이 개방과 개혁보다는 고립에 대응한 전략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1960년대 발표된 ‘사회주의 농촌테제’와 ‘농촌 3대혁명 관철’을 다시 이야기하며 자력갱생과 계획, 지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9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미시적인 농정 추진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 과거와 다른 일부 새로운 제안들도 보였다. 재해성 이상기후 대응, 쌀과 밀 중심으로 알곡 생산·소비구조 전환, 새로운 농업부문 ‘수매 전형단위’ 창조, 농업개발에 대한 국가지원 강화 등이다. 북한 역시 이상기후에 대한 대응 마련에 큰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장기간 이어진 제재 속에서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최근 새로운 농정 추진을 위한 관련법 신설과 개정을 통해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 법규의 새로운 내용은 대부분 사회주의 중앙계획 강화나 구체화다. 과연 획기적인 개혁적 조치 없이 북한이 올해 경제발전 ‘12개 고지’ 중 첫 번째로 제시한 ‘알곡’, 즉 식량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적어도 현재까지 북한이 발표하는 농정 과제나 제안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말하는 ‘새 시대 농촌혁명’이라는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주어진 대내외 환경에 맞추어 진행할 수밖에 없겠지만, 단기적 처방만으로 오랜 시간 이어진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또한 해가 갈수록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이상기후에 대한 대처 역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남북이 함께 협력해 풀 수밖에 없다. 농사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남북이 함께 서로를 살리는 ‘새 시대 남북농촌혁명’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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