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앞둔 여주천연가스발전소, 주민 시름 깊어져…

시험가동 중 냄새·소음·대기오염까지, 발전소 해명에도 불안 급증

여주시 환경관리 한다지만 … 주민들 “관리·점검 손 놨다” 비판 나서

  • 입력 2023.05.19 09:08
  • 수정 2023.05.19 10:4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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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오는 6월말 준공되는 여주천연가스발전소의 배출가스와 소음으로 주민들이 고통과 우려를 호소하며 발전소 규탄에 나섰다.

여주천연가스발전소는 경기도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 366번지 일원에 조성됐다(부지면적 18만1,970㎡, 시설용량 1,004MW, 총사업비 9,710억원). 시행사는 여주에너지서비스㈜로 SK E&S(SK그룹 계열사)의 자회사라 주민들은 ‘SK 가스화력발전소’라고 부른다.

지난 4월부터 시험가동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큰 상태다. 주민들은 “밤마다 희고 검은 연기가 화산분화구처럼 솟아올랐다”, “발전소에 와보니 이상한 냄새도 났고, 밤마다 굉음이 들린다”, “굴뚝에서 치솟는 정체 모를 연기를 매일 보고는 못 산다”라고 전했다. 지난 12일엔 주민 40여명이 발전소 앞에서 ‘여주 SK 가스화력발전소 반대’ 집회(사진)도 열었다.

이날 박영신 여주시 대신면 하림2리 이장은 “우리는 건강권, 환경권, 생존권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모였다. 발전소에서 내뿜던 검은 연기가 여주 하늘을 재난의 현장으로 만들었고, 여주 시민은 시름이 깊어졌다”면서 “우리의 삶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국민은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이장은 천연가스발전소 배출물질의 위험성을 낱낱이 설명했다. 천연가스발전소는 불완전연소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일산화탄소, 미연탄화수소도 다량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는 “천연가스발전소의 유해물질 배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고 굴뚝 높이가 낮으면 주민이 유해물질을 직접 흡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인체 건강과 대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밤에는 인근 주민들의 신고로 발전소에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시험가동이 시작된 뒤로 폭발음 같은 소음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경석 여주에너지서비스㈜ 부장은 “먼저 시험가동 중 발생한 큰 소음의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는) 시험가동 시 이상 반응이 일어나면 가동이 멈추면서(셧다운) 발생하는 것으로 향후 발전소가 안전하게 가동되도록 문제 상황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정상운영에 들어가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주민들은 셧다운됐다는 것 자체가 위험 상황이라 우려했지만, 여 부장은 “시운전을 통해 오작동을 점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희고 검은 연기’에 대해선 “천연가스발전소에서는 검은 연기가 나올 수 없고, 만약 그렇다면 가동 자체가 불가하다”면서 “굴뚝에서 나오는 열로 인한 수증기로, 그날그날 온·습도, 맑고 흐림에 따라 희거나 검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우려한다.

지난 집회에서 박영신 이장은 “천연가스발전소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는 대부분 발전소에 저감장치가 없어 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한국동서발전의 내부 보고서를 보면 일산LNG발전소에서는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최대 2,000ppm, 미연탄화수소가 최대 7,000ppm까지 검출됐다고 한다. 소각시설 오염물질 허용기준의 40배에 달하는 양”이라며 “(규정상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질소에 대해선 ‘저질소산화물 버너’를 설치하고 있지만, 불완전연소 시점에는 질소산화물과 이산화질소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승민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에 모든 대기오염물질이 포함되진 않는다. 규제 기준은 배출허용총량과 오염농도로 나뉘는데, 배출허용총량 관리가 가장 강력한 기준”이라면서 “배출허용총량으로 규제하는 오염물질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총부유먼지 3가지로 여기에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2022년부터 전국 4개 권역을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총량으로 관리하고 있어, 배출량에 따라 1, 2, 3종으로 지정된 대규모 사업장은 저감장치를 설치한다”면서 “그러나 기준이 없는 오염물질은 실시간 감시되지 않고 자체 보고를 통해 통계가 수집되며, 규정 외 물질은 저감장치를 설치하는 비용 문제로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경석 부장은 “일산화탄소와 미연탄화수소는 나오지 않고, 규제치도 없다. 질소산화물의 경우 환경기준치가 법정 20ppm인데 여주발전소는 4~5ppm 농도로 배출기준 이하다. 가동초기엔 그보다 높은 약 10ppm정도이며 초기 가동 시 늘어나는 농도는 환경부 규정상 5시간까지 유예된다”면서 “여주발전소의 저감장치는 세계 수준의 최신 시설로 동종 발전소보다 배출물질이 적다. 설명회와 대화를 통해 주민 우려를 해소해 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여주천연가스발전소 인근 주민 40여명이 발전소 앞에서 ‘여주 SK 가스화력발전소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 제공
지난 12일 여주천연가스발전소 인근 주민 40여명이 발전소 앞에서 ‘여주 SK 가스화력발전소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 제공

현재로선 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 전부를 규제하진 않아 유해성 우려가 쉽게 해소될 수 없는 상태다.

이승민 연구위원은 “LNG발전소 굴뚝에서 하얗게 나오는 건 대부분 수증기다. 눈에 보이니 주민들은 우려가 크지만, 사실 수증기 자체는 크게 위해하진 않다”며 “그 수증기에서 발생하는 응축성미세먼지가 문제다. 응축성미세먼지에는 몇 가지 유해물질이 미량 포함돼 있지만, 아직 연구가 부족하고 규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응축성미세먼지는 발전소 굴뚝 안 고온으로 가스 형태로 존재하다 배출됨과 동시에 공기와 희석, 냉각, 응축되면서 입자화되는 미세먼지를 말한다. 크기가 초미세먼지 이하여서 미세먼지보다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주민 우려가 큰 데도 여주시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발전소 앞 주민 A씨는 “방음대책, 배출가스, 시설물 등 준공 전부터 안전관리를 위한 행정적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하지만 여주시는 손을 놓고 있다”면서 “석 달 전 시청에 방문해 지역의 가장 큰 공해시설이니 전담 인력으로 점검해달라 했더니 불가하다며 담당 부서가 맡겠다고 했지만, 전혀 안 한다. 여주시와 여주시의회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여주시장은 발전소에 문제 발생 시 가동 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필요시 이러한 견제장치를 발동하려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주민이 요구하는 감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발전소에서 세금을 80억원이나 받는데 이를 활용해 전담 인원을 책정해야 한다. 현재 시가 구성한 감시단 5명이 있지만 그건 구색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근원 여주시 환경과 주무관은 △주민감시 요원 추가 모집 △매달 폐수 및 발전소 주변 지역 대기환경질 측정(예정) △주·야간 소음 측정(기준치 초과한 적 없음) △발전소 측에 시험가동 시 대기오염 자가측정 요청·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없던 시설이 들어왔으니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아무리 환경 기준 이내라 해도 없던 오염원이 생기니 오염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법적 기준치 이내로 따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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