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만든 먹거리기본법안, 제정 위한 첫걸음 떼다

식량주권 담보, 먹거리정책 관련 국민 의견 수렴 등의 내용 담아

  • 입력 2023.05.01 00:00
  • 수정 2023.05.02 10:3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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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4일 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먹거리기본법 제정을 위해 여야와 국회, 정부가 협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중 조완석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먹거리기본법 제정을 위해 여야와 국회, 정부가 협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중 조완석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농민·먹거리운동진영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먹거리기본법안’이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되면서, 법으로 만들어지기 위한 걸음마를 뗐다.

지난달 10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먹거리기본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도 먹거리기본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2020년 이래 농민·먹거리운동진영이 먹거리기본법안을 논의하며 만들어낸 내용, 특히 전국먹거리연대가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만든 먹거리기본법안을 상당 부분 참고해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 24일, 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강은미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먹거리기본법 제정을 위해 여야와 국회, 정부가 협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먹거리정책과 관련한 국가의 종합전략과 부처 간 협력, 이를 위한 상위 기본법의 부재로 말미암아 지역의 (먹거리) 정책 난맥상과 주민의 먹거리기본권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 뒤, 우리나라의 먹거리 관련 법률은 9개 부처에 55개가 산재해 있으면서도 국가 먹거리종합전략 및 지휘통제 주체의 부재로 각 관련 부처 간 연계·협력이 없으며 법률도 제각각인 현실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배경에서 강 의원이 발의한 먹거리기본법안은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 연이어 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국친환경농업협회·정의당 및 강은미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먹거리기본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선 먹거리기본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소개됐다.

국민 먹거리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가·지자체의 책무 부여가 기본 목적(제1조)인 먹거리기본법안은 국가·지자체가 국민 먹거리기본권 보장을 위한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을 시행할 조직·기구를 설치·운영하며, 적정 재원을 마련해 지원토록 한다(제4조).

해당 법안은 특히 제5조에서 “모든 국민은 먹거리기본권 보장정책으로부터 차별받지 않는다”는 권리의 명시와 함께, “윤리적 생산·소비를 실천하며, 먹거리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도 규정한다.

주목할 점은 국가·지자체가 국민 먹거리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공급기준을 정하도록 하고(제9조), 지역 농어업의 유지발전과 식량주권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10조)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다. 식량주권과 먹거리기본권의 명확한 연결성을 강조한 것이다.

제12·13조의 국가 먹거리종합전략 수립 및 기본계획 수립 의무화 내용도 주목된다. 제13조에선 국무총리가 10년 단위로 국가 먹거리종합전략을 수립하고, 5년 단위로 국가 먹거리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제20조에선 먹거리정책 관련 민·관 협력 촉진,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간 조화로운 정책 추진 등을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먹거리위원회의 설치 의무화를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제27조에선 먹거리 종합전략 수립·실행 시 국민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먹거리정책 관련 상설 숙의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4일 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국친환경농업협회·정의당 및 강은미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먹거리기본법 제정 국회토론회’.
지난달 24일 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국친환경농업협회·정의당 및 강은미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먹거리기본법 제정 국회토론회’.

그렇다면 24일 토론회 참가자들은 먹거리기본법에 대해 어떤 고민, 어떤 바람을 이야기했을까.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12월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을 55.5%로 끌어올리는 계획의 일환으로 ‘안정적 해외 공급망 확보’란 대안을 제시했으나,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작동되지 않고 세계화 시대는 후퇴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은 식량 확보의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기본법’이라는 성격상 식량·먹거리 관련 각종 법안의 지침법적 지위를 갖게 될 먹거리기본법에 반드시 식량자급률 상향 목표를 담아야 한다. 또한 먹거리기본권 실행계획에 중앙·지방정부의 식량생산 계획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희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는 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 제27조에서 제안한 ‘상설 숙의기구 설치’가 원래 제안한 취지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전국먹거리연대가 먹거리기본법안을 준비할 땐 브라질의 사례를 참고해 ‘전국위원회(가칭)’란 이름으로 다수의 시민이 먹거리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고민한 바 있다. 비록 구성의 어려움, 아직 유사한 국내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의 한계로 강 의원 법안에선 ‘상설 숙의기구 설치’로 정리됐으나, 그걸 감안해도 가능한 한 다양한 시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을 고민하자는 게 이 상임대표의 주장이다.

둘째, 먹거리 종합전략의 총괄·조정을 위해 국가먹거리위원회 등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운영하는 게 현실적인가에 대한 고민 아래, 이 상임대표는 “9개 부처에 55개의 먹거리 관련 법률이 분산된 현실과 실질적 집행력을 감안해 배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상설 숙의기구의 역할과 관련해, 김은주 한살림북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은 “GMO 등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먹거리에 대해 시민의 선택권이 박탈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이런 일은 더 늘어날 것이다. 선택권을 박탈당한 먹거리에 대한 시민의 거부권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논의를 상설 숙의기구에서 해야 한다”고 밝힘과 함께, “상설 숙의기구는 먹거리시민을 양성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어떤 먹거리기본권에 어떤 가치와 철학을 담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아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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