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옥수수 대신 빵

  • 입력 2023.05.01 00:00
  • 수정 2023.05.09 15:09
  • 기자명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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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2021년 11월 세계적인 학술저널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현재와 같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유지된다면 2030년에 글로벌 옥수수 생산량은 24% 감소하고, 밀 생산량은 17%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정 작물의 생산량이 20% 이상 변동성을 보인다면 국제적으로 심각한 식량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곳은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고다드연구소(Goddard Institute for Space Studies, GISS)로 콜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Columbia University Earth Institute)와 제휴해 지구의 기후변화를 추적하고 있는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 중 한 곳이다.

북한에서도 ‘재해성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식량정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옥수수는 줄이고 밀 재배면적을 확대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9월 밀 재배면적을 늘리자고 주문했다. 후속조치로 같은해 12월 소집된 회의에서 ‘세계농업발전 추세’에 맞게 주민들의 주식을 기존의 쌀과 옥수수에서 쌀과 밀가루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밀가루 음식 사랑은 오래됐다. 밀가루와 관련된 흥미로운 데이터 두 가지를 살펴보자. 지난 2022년까지 6년 동안 북한이 수입한 밀가루 총량은 65만8,000여톤이다. 같은 기간 수입한 쌀 31만5,000여톤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장마당의 밀가루 가격 변동은 더 드라마틱하다. 2022년 1월말에 1만원(kg/북한원)하던 것이 14개월만인 2023년 2월말에는 2만원으로 약 100% 올랐다. 같은 기간 쌀 1kg은 5,000원에서 26% 상승한 6,300원에 거래됐다. 주민들이 밀가루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데이터들이다.

밀가루 음식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22년 12월 평양에서는 처음으로 ‘밀가루음식전시회’가 열렸다. 평양의 대표적인 식당인 평양면옥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유명 식당과 공장 등 70여곳에서 1,500여점의 밀가루 음식이 출품됐다. 빵, 피자, 햄버거 등 전시된 밀가루 음식은 방송과 언론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여과 없이 보도됐다.

2022년 북한은 밀 재배면적을 두 배 확대했다고 밝혔다. 식량 증산을 위해 밀이 옥수수에 비해 이모작이 용이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 스스로도 대규모 밀 농사 확대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밀 보리 종자확보, 지력보강을 위한 비료 투입량, 이모작 농사용 관개시설, 영농기계화, 생산작물 보관 및 가공처리 등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밀 농사 확대는 식량정책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요하게는 주요 식량작물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과적인 식량문제 대처방법이라는 점이다. 쌀과 옥수수 중심에서 밀이 추가되고 김정일 시대 이후 감자가 대량 생산되면서, 식량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곡물 구조가 다변화되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해 환경변화에 경쟁력 있는 작물의 재배면적을 늘려 미래에 대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장과 주민들의 밀 제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변화라는 점이다.

밀 농사 확대정책은 식량부족 문제와는 별개로 북한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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