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종자, 유통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 입력 2023.04.2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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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승인 GMO쥬키니호박 종자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에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와 대응을 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관리체계 실패에 대한 사과나 책임자 문책은커녕 피해자인 농민과 가공생산판매처를 마치 적발하고 있는 듯 언론을 호도해 불안감만 더욱 키우는 형국이다.

얼마 전 개최된 소비자, 농민 피해 대책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관리체계와 무책임을 지탄하면서 피해자를 위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GMO쥬키니호박 종자 유통문제는 정부를 믿고 있었던 농민, 소비자에게 크나큰 실망감과 상처를 남겼다. 종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정부의 미흡함이 불러온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승인 GMO 종자 유통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 소비자, 가공업체에 명확한 보상방안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당장 농업현장과 먹거리진영에 닥친 어려움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큰 걱정이다. 쥬키니호박 재배 농가가 일주일간 출하금지 조치에 응하면서 입은 피해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문제가 터지기 전 한 상자에 2만원하던 쥬키니호박은 일주일 만에 500원까지 그 값이 떨어졌다. 지금 당장의 가격하락도 문제지만 이미 GMO호박이라는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아침에 불법을 저지른 상황에 처한 농민과 가공업체가 입게 된 피해는 물질적인 피해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쥬키니호박은 시설비가 많이 들지 않는 품목이라서 특히 고령농, 영세 가족농, 귀농 초입자들이 주로 재배해 왔다. 수년간 쥬키니호박만 농사지어온 농민들에게는 재배 노하우, 거래처 등이 오랜 노력으로 탄탄하게 마련돼 있다. 이번 사태로 많은 것을 잃게 된 쥬키니호박 농가는 망연자실해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타작목으로 전환이 해결책인양 말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다. 여기에 GMO 양성이 나온 농가는 그 땅에서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도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다. GMO로 오염된 농지가 회복되려면 최소 2년은 소요되는데 이러한 상황도 감안해서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마땅하다.

또한 쥬키니호박은 잘 무르지 않아서 가공식품으로 많이 사용돼왔다. 하지만 이제는 식당에서 쥬키니호박뿐만 아니라 아예 호박이 들어간 음식을 꺼리면서 전체 호박 소비량도 얼어붙고 있다. 호박 수요와 공급의 최성수기인 가을과 겨울에 현재와 같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특히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가치를 지향하는 소비자단체에서 입게 된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이번 미승인 GMO쥬키니호박 종자 유통의 문제는 결코 단순한 관리실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GMO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제대로 보여줬고 그로 인한 파장이 얼마나 크게 전 사회로 퍼져나가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종자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는 농민, 가공업체, 소비자 전체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했다. 오랜 세월 먹거리의 안전성을 보장받기 위해 실천하고 안전한 급식을 위한 노력들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리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쥬키니호박 재배 농가들의 사후대책까지를 포함한 지원책과 모든 피해자, 피해단체에 대한 현실성 있는 보상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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