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GMO 관리체계 … “정보공개부터 제대로 해야”

GMO 반대 시민사회, 농식품부에 ‘GMO 쥬키니호박 사태’ 관련 정보공개, 피해보상책 촉구

  • 입력 2023.04.17 10:30
  • 수정 2023.04.17 18:3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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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재배하던 쥬키니호박에서 ‘GMO 양성반응’이 나와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농민 송용식씨가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재배하던 쥬키니호박에서 ‘GMO 양성반응’이 나와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농민 송용식씨가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GMO반대전국행동·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 주최로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GMO반대전국행동·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한살림 회원들이 검역에 실패한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유전자조작체(GMO) 반대 시민사회단체들이 GMO 관련 국가검역·관리체계의 붕괴를 규탄하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에 ‘쥬키니호박 GMO 검출 사태’와 관련해 투명한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을 촉구했다.

GMO반대전국행동·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 농식품부 앞에서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약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선 농식품부 등 정부당국이 이번 GMO 사태의 근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참가자들은 특히 쥬키니호박 GMO 검출 사태의 근본 원인 및 경과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정보공개를 해야만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정부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에선 2015년 ㈜홍익바이오(당시 정부는 업체명 익명 처리)가 미승인 GMO 쥬키니호박 종자를 정부 승인 없이 국내에 반입한 후, 이를 상품화해 보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종자(홍익바이오 ‘대금’, ‘가야금’)가 어떻게 국내에 반입됐으며, 품종의 생산·수입판매 신고 과정은 어떠했는지, 해당 종자의 2015~2023년 생산량 및 판매량, 작물 시중 유통량 등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석연치 않은 점 또 하나는, 이번에 미승인 GMO 쥬키니호박 종자로 거론된 ‘가야금’ 종자의 경우 농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이 2011년 이래 5년간 시설재배에 적합한 내병성 쥬키니호박 개발을 지원한 결과물로서 나온 종자라는 점이다. 당시 농기평 주관 ‘농생명산업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내병성 쥬키니호박 개발연구사업’이 진행된 바 있는데, 여기엔 홍익바이오와 강원도농업기술원, 경희대학교 등이 참가했다. 그 결과물로서 2018년 개발된 가야금 품종에 대해, 농기평은 기존 쥬키니호박 대비 농약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고 30일간 장기 수확이 가능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홍익바이오는 ‘바이러스 및 흰가루병 저항성 계통 개발’이란 주제의 연구를 맡았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시험·연구용으로 GMO를 수입할 시에도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데, 1990년대 이래 국제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등재된 GMO 호박은 2종으로, 미국 업존(Upjohn)사의 바이러스 저항성 호박(미국서 1994년 승인), 미국 애스그로우(Asgrow)사의 쥬키니황화모자이크바이러스(ZYMV) 저항성 호박(미국서 1996년 승인)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저항성 GMO 종자가 모종의 경로로 국내에 입수되고, 정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농식품부·농기평의 지원 아래 해당 GMO 종자를 활용해 새 종자가 개발됐다는 의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GMO반대전국행동 측은 “호박개발연구지원 사업을 수행한 농기평은 준정부기관인 만큼, GMO 안전관리 부실을 넘어 GMO 연구개발사업에 정부예산을 투입한 경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엔 재배하던 쥬키니호박에서 ‘GMO 양성반응’이 나와 졸지에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충북 옥천 농민 송용식(78)씨가 참석했다. 송씨는 “농장에서 GMO가 발견된 뒤 국립종자원 직원들은 농장 입구에 ‘출입금지 및 식물채취 금지’라 쓰인 팻말을 붙였다. 농사를 못 짓게 된 것”이라며 “종자원 직원들은 쥬키니호박 몇 개 땄는지만 확인하고 아무런 조치도 없이 갔다. 지금까지도 쥬키니호박을 어떻게 폐기하겠다는 건지,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송씨는 이어 “원래 자가채종한 씨앗으로 유기농 호박농사를 지어왔으나, 2021년 사상 유례없는 폭우로 인해 농장이 물에 잠겼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쥬키니호박 종자를 구입해 농사짓다가 이번과 같은 피해를 겪게 됐다”며 “수십년 동안 친환경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는데, 졸지에 소비자와 국민 앞에 죄인이 된 기분이다. 이게 정말 내 잘못인가?”라고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송씨는 “정부가 하루속히 보상대책을 세워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송씨의 사연을 듣던 참가자들 상당수도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피해보상책으로서 △피해 농가·유통업체·소비자 대상 구체적 피해보상 기준 제시 △피해농지 대상 환경영향평가 실시 △피해농지의 향후 작물 재배기준 제시 △이후 전체 쥬키니호박 재배농가의 파종 전 무상 GMO 검사 지원 △친환경농지의 경우 불가항력적 상황임을 감안한 친환경인증 유지 방안 모색 등을 촉구했다.

김보성 가톨릭농민회 부회장은 “2017년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GMO 반대 로고를 포장지에 붙여 GMO 반대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있으나,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과태료 청구와 영업정지라는 행정조치를 취했기에 GMO 반대로고를 떼야 했다”며 정부가 Non-GMO 먹거리에 대해선 그토록 규제를 강화하면서 정작 GMO 관리는 소홀히 한 점과, 2018년 약 22만명의 시민이 참가한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에도 불구하고 GMO 문제와 관련해 무엇도 바뀌지 않은 현실을 꼬집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GMO 관리책임 주체인 정부의 대국민 사과 △정확한 정보공개 △재발 방지 위한 법·제도 개선 △농민·소비자·생산업체 피해에 대한 구체적 보상책 제시 등의 내용이 담긴 서한을 농식품부 측에 전달했다.

지난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살림 회원들이 검역에 실패한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열린 ‘LMO(GMO) 국가검역·관리시스템 붕괴 규탄, 정보공개 및 피해보상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살림 회원들이 검역에 실패한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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