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양곡관리법」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매년 1조원 이상 과다한 정책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과다추정된 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거품 비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영리 공익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론적 배경이 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분석해 어떤 오류가 있는지 조목조목 밝혔다.
경실련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정부의 쌀시장격리비용 추산 비판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현실과의 적합성에 문제가 있는 과다추정된 자료를 근거로 쌀 생산과잉과 재정부담을 강조하면서 진실을 호도할 뿐 아니라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언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호 전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은 “쌀의 연평균 생산량 감소율을 비교해 보면 최근 20년간 1.6%, 최근 10년간 1.9%다. 최근 5년간 쌀 생산감소율은 4.1%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 그런데 농경연 예측은 쌀 생산이 2023년에 2.85% 감소하고, 2024년부터 연평균 0.37%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해 매우 비현실적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경실련 분석자료에 따르면 생산조정제가 시행된 2011~2013년과 2018~2020년 쌀 생산감소율은 각각 6.48%와 3.73%로 더 크게 줄었다. 농경연이 추정한 향후 8년(2023~2030년)간 연평균 쌀 생산감소율은 0.03%다. 단위면적당 쌀 생산량도 과거 추세와 농경연 수치에 차이가 크다. 농경연은 향후 8년(2023~2030년)간 10a당 생산량을 연평균 541.4kg으로 추정했으나 실제 10a당 생산량은 지난 20년간 502kg, 최근 10년간 515.9kg, 최근 5년간 515.4kg이었다. ‘쌀 목표가격’이라는 분명한 가격지지 정책이 있을 때에도 10a당 생산량은 495.9kg(2005~2013년, 17만83원), 530.4kg(2014~2018년, 18만8,000원) 등 농경연 수치보다 적다.
김호 전 상임집행위원장은 “농경연 보고서는 향후 8년간 10a당 생산량을 매우 과다하게 추정해 쌀 과잉생산을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이해할 수도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쌀 재배면적 감소 측면에서는 과거추세보다 과소추정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농경연은 향후 8년(2023~2030년)간 쌀 재배면적 감소율이 연평균 0.54%라고 분석했으나, 실제 연평균 감소율은 지난 20년간 1.93%, 10년간 1.52%로 차이가 분명하다. 종합하면 농경연의 향후 8년간 쌀 생산 추정치는 ‘많아지는 조건’으로 쏠려 있다는 것이고 과거 수십년간의 흐름과 양상이 달라져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김호 전 상임집행위원장은 “경제행위는 본질적으로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변수, 즉 전쟁‧대재난 등이 없는 한 감소추세가 갑자기 증가추세로 전환되지 않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노령화가 가속되고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농업계에 충격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없다”면서 “상식적인 관점에서 판단해보면 농경연의 분석은 설득력이 없다. 그런데 이를 국가 양곡정책의 기초로 삼는다는 것은 한심할 뿐 아니라 정쟁의 일환이다”라고 일축했다.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왜곡된 자료를 근거로 쌀 공급과잉과 재정부담 등 그릇된 여론작업 중단 △양곡관리법 개정안 빌미로 이어지는 정부‧국회 정쟁 중단 △쌀 수급균형 교란하는 TRQ쌀 밥쌀용 이용 금지 △쌀 이외 곡물 수익보장과 자급률 제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원안(생산량 3%·가격폭락 5% 조건) 부활 △전략작물직불제 품목·예산·지급액 확대 및 상시화 △2027년 식량자급률 55.5% 달성 위한 농지보전 확대 강화 등을 강력히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