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밥술 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 입력 2023.04.16 18:00
  • 기자명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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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나라 안팎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기분 좋은 일보다는 아프고, 때로 울화가 치미는 일들이 더 많아 곤혹스러운 요즘이다. 농심 역시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과 농민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정치적 투쟁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또 쌀값은 떨어졌는데 생산비는 크게 올라 지난해 쌀 생산순이익은 당연히 하락했다. 때문에 올해 쌀 재배면적 의향도 감소했다. 거기에다 바빠질 농사철이 다가오는데 인력 구하기는 갈수록 힘들다. 오히려 정부는 외국인노동자 불법체류 단속을 벌이고 있다. 불법을 단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지만, 아무 대책 없이 단속만 한다면, 올해 농사를 짓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업무협약을 맺은 국가로부터 계절근로자들을 초청해 현장에 배치하고 있지만, 그 수는 여전히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재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사짓기에 유리한 조건은 하나도 없이, 불리한 환경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자칫 밀 등을 식량 무기화한다면 연간 곡물사용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는 더더욱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식량안보 위기에 직면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보다 경지면적이 넓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랫동안 ‘식량안보 위기’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낙후된 영농기술과 장비 그리고 해마다 겪는 자연재해 등으로 매년 필요한 식량생산량에서 늘 80만~100만톤가량 못 미친다. 그 부족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장기간 이어진 국제제재로 인해 쌀을 수입할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부터 일정한 양의 쌀을 수입하기는 하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늘 먹을 것이 부족한 국가가 북한이다.

때문에 과거 1990년대 중반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많은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을 때, 국내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식량지원운동이 시작됐고, 정부도 이에 동참하며 우리 쌀을 북한으로 보낼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퍼주기’라 비난했지만, 굶주리는 동포를 살리는 것이 퍼주기라면 그것처럼 멋진 퍼주기도 없었다. 지금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남북관계로 인해 남쪽으로부터의 그 어떤 ‘하찮은’ 지원도 받지 않겠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올해도 북한의 식량사정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최근 북한은 가뭄 피해 최소화 대책을 세우고 농업생산구조 개선, 첨단농사정책 추진 등을 강조하며 농업 생산량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일조량과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모든 인민이 ‘나라쌀독’을 채우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연일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동신문의 지난 6일 기사 한 구절이 인상에 남는다.

“농업부문에 종사하든 안 하든, 농업부문과 관련이 있든 없든 밥술을 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농사문제를 놓고 걱정할 줄 알아야 하며 비록 크지 않아도 알곡증산을 위해, 농촌발전을 위해 무엇이든 진심으로 이바지하여야 한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최소화하려는 절박함이 보인다. 문득 우리의 농촌을 돌아본다. 우리는 혹시 ‘농사짓기’가 가면 갈수록 힘들어지는 현실을 나 몰라라 외면하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북한의 주민들이 굶주린다는 이야기가 들려도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은 아닐까. 역시나 ‘밥술을 뜨며’ 살아가고 있는 처지로서 이제는 우리네 농촌과 북한의 먹는 사정에 조금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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