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갈이로 ‘도농교류’ 씨앗 뿌리는 전농 전북도연맹

주민들 “칼갈이 불편함에 큰 도움”‧“농촌 생각할 기회”

농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와 도농교류의 발판

  • 입력 2023.04.14 09:00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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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번기가 본격 시작됐지만 농민들의 칼갈이 연대활동이 계속됐다. 특히 농촌 마을을 대상으로 한 기존 칼갈이 활동을 넘어 도시민과의 접점 마련을 위한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1일 전주시 호성동 소재 대형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장 이대종)이 주민들의 칼을 갈아줬다. 오전에만 40여 가구·100여개가 훌쩍 넘는 칼이 접수됐고 이날 하루 모두 89가구가 참여했다.

전농 전북도연맹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전주시내 1,500여곳에서 5,000여명의 칼을 갈았다. 갈아낸 칼 개수만 2만개(1인당 평균 4개). 전남북·충남 지역 일부 농민회가 농촌 마을을 돌며 칼갈이를 해왔지만, 도시민을 상대로 한 건 전농 전북도연맹이 처음이다.

이들의 칼갈이는 봉사에 그치지 않는다. 칼갈이를 요청한 시민들에게 △쌀 최저가격제를 포함한 양곡관리법 개정 △남은 예산(순세계잉여금)으로 농민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는 지지 서명을 받았다. 이날까지 서명에 동참한 시민은 5,000여명이다.

이대종 의장은 “농민들은 도시민들이 바짓가랑이에 흙 안 묻히고 편하게 산다고 부러워하고, 도시민들은 농민들이 전원생활하며 속 편히 산다고 부러워하지만, 실제 속내를 보면 각각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래서 직접 만나 서로 이해관계나 애로점을 알게 되면 그만큼 농업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깊어진다. 농업문제에 시민들의 힘이 실리기 때문에 운동을 풀어가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이 지난 11일 전주시 호성동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의 칼을 갈아주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이 지난 11일 전주시 호성동 소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의 칼을 갈아주고 있다.

주민들 반응도 뜨겁다. 이날 칼을 맡기러 온 박모(41)씨는 “집에서 칼 가는 게 쉽지 않고 도농이 교류할 지점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와주니 너무 좋은 기회이고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한창 바쁜 철인데도 찾아와줘서 정말 고맙고, 앞으로도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규태(74)씨도 “집에서 칼 가는 기구로 갈아보지만 잘 안 갈리고, 칼 가는 데를 찾기도 어려워 불편했는데 봉사해주니 좋다”면서 “농사도 바쁠 텐데 시간 내주니 더욱 고맙고 한 번이라도 더 농촌을 생각할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김일곤(79)씨는 “이런 걸 전혀 생각하지 못해서 놀랍고 감사하다”면서 “도농교류의 첫걸음은 도시민이 먼저 농촌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자체도 교류 행사를 한다지만 아무래도 피부에 와닿지 않고 아쉬움이 많은데 칼갈이로 농촌을 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대종 의장도 이를 실감했다. 이 의장은 “지난해 우리가 농민재난지원금 지급하라고 도청 앞에 나락 쌓고 투쟁했지만, 성공리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에 남은예산 돌려받기 투쟁으로 전환하면서 도시민에게도 농촌의 어려움을 알리고 공감을 얻는 것이 필요했다”면서 “5,000명의 서명을 받으며 농민회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그 전엔 농민회라고 하면 ‘그것이 뭣이다냐’ 했는데, 이젠 농민회를 알게 되고 뉴스에서 농민들 이야기가 나오면 귀담아듣는다는 말을 들으니 그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전농 전북도연맹은 이를 발판으로 지난 2월 23일 전주시 통장협의회(회장 김도영)와 ‘도농 상생 업무 협약식’을 맺은 바 있으며, 더욱 다양한 도농교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농번기 시작으로 상반기 칼갈이는 이날로 마치고 올 가을걷이 뒤 다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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