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제 개선, 농협중앙회가 걸림돌?

후보자토론회·SNS운동·예비후보자제 도입 “신중히”

위탁선거법 핵심 개정 조항들에 보수적 입장 내비쳐

  • 입력 2023.04.02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 동시조합장선거 이후 선거제 개선을 위한「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개정이 추진 중인 가운데,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가 개정안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드러내 논란이다. 가뜩이나 현직 조합장들의 이득에 반하는 법 개정인데 농협중앙회의 대국회 정치력까지 저항으로 작용하면 이번에도 선거제 개선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조합장 선거는 늘상 ‘깜깜이 선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길이 극도로 제한돼 있고, 현직 조합장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장에도 국회에도 문제의식은 10년 가까이 팽배해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이뤄진 적 없고, 임기종료를 1년 앞둔 21대 국회가 최근 마지막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21대 국회에 발의돼 있는 위탁선거법 개정안 중 ‘조합원 권리실현’의 관점에서 유의미한 선거제 개선안은 10건 안팎이며 이 중 2건이 올해 조합장선거 직후에 발의됐다. 법안들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은 △후보자 대담·토론회 허용 △예비후보자제 도입 △정보통신망(SNS 등) 활용 선거운동 허용 △후보자에게 조합원 가상전화번호 제공 등으로 수렴된다.

농협중앙회가 최근 언론을 통해 조합장 선거제 개선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내비쳤다. 농업계 일각에선 힘겹게 추진 중인 선거제 개선에 저항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중앙회가 최근 언론을 통해 조합장 선거제 개선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내비쳤다. 농업계 일각에선 힘겹게 추진 중인 선거제 개선에 저항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개정안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노출된 건 농협중앙회가 주주로 있는 <농민신문>의 지난달 20일자 보도를 통해서다. 보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현재 발의돼 있는 위탁선거법 개정안들의 조항마다 ‘수용’·‘불수용’ 입장을 나눠 대국회 활동을 벌일 계획이며 일부 의견은 이미 국회에 전달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매우 보수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찬성 입장을 밝힌 조항은 △후보자 벽보 부착 장소 확대 △후보자 배우자 선거운동 허용 △후보자 기부행위 제한기간 확대 △화환·화분 기부(조합 명의) 허용 등 선거제 개선의 핵심에서 벗어나거나 의미가 미미한 것들이다. 반면 후보자 대담·토론회의 경우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검증할 가장 효율적인 무대임에도 ‘토론의 객관성 논란’, ‘후보자 간 비방’ 등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전했다.

예비후보자제 도입에도 보수적 입장이다. 예비후보자제는 선거운동이 제한적인 조합장선거에서 후보자와 유권자의 접점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넓힐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의원마다 예비후보자 선거운동 기간을 30~60일로 제시하며 다양한 선거운동을 장려하려 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는 ‘조합의 과도한 자원 투입’을 이유로 선거운동 기간 축소(15일)를 제안했다. 그 밖에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도 ‘비유권자들에게 불필요한 정보가 과도하게 제공된다’며 반대했고, 후보자에게 조합원 가상전화번호를 제공(선거운동 효율화 및 현직·비현직 불평등 요소 해소)하는 조항도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농협개혁에 참여해온 농업계 인사들은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선거제 개선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지웅 농협조합장 정명회 사무국장은 “농협중앙회가 정말 협동조합의 연합회라면 조합원 권리실현의 관점에서 선거제를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려 해야지, ‘그냥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안 된다’는 건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관료들의 관성적 사고와 다름없다”며 “농민조합원 자치와 협동을 근간으로 하는 ‘농협’중앙회로서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농협중앙회가 주도적으로 국회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사실은 없다. 입법 과정에 선관위와 농협중앙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며, 선관위와 논의해 고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고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반대’ 논란에 대해서도 “조합과 언론사 등 주체가 일관되지 않으면 오히려 소란만 일으킬 수 있다. 선관위가 주관할 수 있도록 주체를 명확히 한다면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