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필름 가격 폭등 배후에 제조사 ‘담합’ 있었다

공정위, 계통가격 담합 11개 제조사 적발 …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 입력 2023.03.26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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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폭등한 비닐하우스 필름 가격의 배후에 제조사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공정위)는 2018년 비닐하우스 필름 계통거래 가격 및 거래처 영업 과정 등을 담합한 11개 제조사((주)삼동산업·(주)태광뉴텍·일신하이폴리(주)·광주원예농업협동조합·흥일산업(주)·진주원예농업협동조합·동아필름(주)·(주)자강·(주)경농산업·(주)상진·(주)별표비니루)를 적발했으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6,800만원을 잠정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단위농협을 통한 일종의 공동구매 격인 ‘계통거래’를 담당하는 농협경제지주는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비닐하우스 필름의 계통구매 계약단가 인하를 추진했고, 2018년에도 계통구매 가격을 전년 대비 5% 인하하고자 했으나 제조사들은 최저임금 상승과 유가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농협경제지주의 계통가격 인하 요구에 대응하고자 빈번한 회합을 가지며 공동행위를 벌인 것으로 확인된다.

공정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11개 비닐하우스 필름 제조사는 농협경제지주와의 계통거래 가격 협상 과정에서 2018년 3월 21일과 4월 3일, 4월 4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별도 모임을 갖고 가격을 전년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11개 제조사는 2018년 3월 21일 전년과 같은 수준의 계통가격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는데 농협경제지주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2번의 추가 합의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 했고, 최종적으로 농협경제지주가 요구한 전 품목 일괄 5% 인하가 아닌 품목별 평균 5% 인하로 계통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는 주력으로 판매하는 품목의 가격을 전년대비 소폭 인상하거나 동결하고, 그 외 제품은 대폭 인하하는 방식으로 계통가격을 결정했다.

이밖에도 11개 제조사는 30차례에 걸쳐 영업 과정에서 장려금(계통거래로 발생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단위농협에 지급하는 것) 지급이나 추가 할인 없이 계통가격으로 납품하자는데 합의했으며, 계통가격으로의 납품이 여의치 않을 때는 추가로 장려금 등을 합의해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농협경제지주가 발주한 ‘장수필름’ 입찰에서 사전에 투찰가격과 낙찰자를 합의하는 등의 담합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한편 농민들은 “원자재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필름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업자들 말을 믿고 울며 겨자 먹기로 20~25%가량 폭등한 가격에 필름을 구입했는데, 담합이 가격 폭등의 이유란 걸 알고 나니 분노가 치민다. 대다수 농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농산물 가격은 반대로 폭락하는 가운데 고통이 극에 달한 농민들을 등쳐 먹은 것 밖에 안 된다”라며 “과징금 9억6,500만원 부과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하고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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