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식목일과 식수절

  • 입력 2023.03.19 18:00
  • 기자명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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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산불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피해 규모도 점점 더 심각하다. 수십 년 동안 애써 가꾼 숲이 찰나의 실수나 고의적인 방화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모습은 참담하다. 식상한 문구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소중히 물려줘야 할 금수강산 아닌가. 보다 철저한 산림관리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총체적인 환경정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식목일은 누구나 알다시피 4월 5일이다. 1949년 제정된 이래 1960년 잠시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됐다가 이듬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이후 지속되다가 2006년 공휴일에서 폐지됐다. 비록 공휴일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식목일의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전쟁 이후 짧은 시간에 황폐화된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산림자원 증가율(2015년 기준)이 전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산림복구에 성공한 나라다. 이는 정부의 대대적인 산림복구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겠지만, 소중히 숲을 가꿔온 국민들의 노력 또한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식목일은 언제일까. 우선 북한은 우리의 식목일을 ‘식수절’이라 부른다. 북한 역시 전후 산림복구의 필요성에서 식수절을 정하고 꾸준히 산림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그 날짜가 최근까지 몇 차례 바꼈다.

북한의 식수절은 1949년 제정될 당시 4월 6일이었다가, 1999년에 3월 2일로 변경됐다. 주로 최고지도자의 과거 나무심기 관련 행보를 기념해 날짜가 바뀌어왔다. 이후 지난해 다시 3월 14일로 변경됐는데, 1952년 3월 14일 김일성 주석이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을 전국적으로 복구할 것을 지시한 날을 기념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동안 산림 황폐화의 원인을 ‘일제의 벌목’으로 강조해왔다가 이제는 ‘미제의 폭격’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갈등 관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똑같이 ‘나무 심는 날’을 정하고 해마다 나무심기를 해왔지만, 지금 남북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푸른 숲을 조성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황폐화된 산림을 온전히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위성영상 등을 이용해 파악한 북한의 산림면적(2018년 기준)은 약 906만ha고 이 중 황폐지는 262만ha, 입목지(비황폐지)는 644만ha이다. 김정은 정권 들어 집중적으로 산림복구 정책을 펼친 덕분에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북한의 산림 황폐화 수준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남북의 협력이 매우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당연히 우리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매년 우리를 괴롭히는 불청객인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이 북한 측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폐화된 산림은 흉작과 온갖 자연재해의 원인과 결과가 되는 모순덩어리이기도 하다. 난방과 취사를 위한 마구잡이 벌목이 이후 자연재해와 흉작으로 돌아온다.

과거 우리는 민간과 정부 그리고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 북한과의 산림협력, 북한 산림 황폐화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 측 역시 자신들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협력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너와 나를 구분할 수 없는 자연재해, 기후변화에 맞서 남북을 나누지 말고 한반도 금수강산을 푸르게 만드는 일에 다함께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식목일과 식수절을 같은 날로 정해 남북이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상상이 언젠가 현실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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