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해 뛰어줄’ 조합장을 기대하며…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

200만 조합원들 뜨거운 열기

  • 입력 2023.03.10 14:35
  • 수정 2023.03.10 14:4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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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 지난 8일 전북 정읍시 고부면 황토현농협 농자재 창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 지난 8일 전북 정읍시 고부면 황토현농협 농자재 창고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 회의실에 책상이 치워졌다. 비료와 농자재는 창고 밖으로 옮겨졌고 사용하지 않던 건물도 말끔히 청소됐다. 지역 복지센터나 체육관, 학교가 동원되기도 했다. 3월 8일 전국 동시조합장선거 당일, 조합원들을 위한 투표소가 각 면마다 빈틈없이 차려졌다.

기자가 둘러본 곳은 전북 서부지역. 선거날 아침부터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조합원 수가 많은 읍내 농협 투표소 앞은 장사진을 이뤘고, 외진 곳에 위치한 면단위 투표소에도 행렬이 끊기는 일이 드물었다.

통상 총선이나 지방선거 투표율은 50~60%대, 대선 투표율도 80%를 넘기기가 어렵다. 하지만 조합장선거 투표율은 줄곧 80%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농협이 이를 견인하고 있다. 농협의 역할에 대한 농민조합원들의 열망이 크다는 증거다.

부안군 부안읍의 김혜순(53)씨는 “‘농촌’이기 때문에 군수나 국회의원보다도 조합장선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농촌 주민들의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게 농협”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차장도 복잡해졌다. 투표소의 밀도가 도시처럼 빽빽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차량을 이용한다. 부부나 개인 단위의 방문이 가장 많고, 한 차 가득 이웃 주민들을 모시고 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조합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엔 남녀노소가 없다. 허리가 기역 자로 굽은 할머니들, 고무신에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들도 짧은 걸음을 재촉해 투표소로 향했다. 읍내 투표소는 연령분포가 한층 다양해서, 백발 성성한 노인들은 물론 30~40대 젊은 조합원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다만, 뜨거운 투표 열기를 선거제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은 조합원들 스스로가 절감하고 있다. 김혜순씨는 “조합장선거가 정말 중요한 선거인데, 선거 유세도 금지돼 있고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같은 지역 임충래(77)씨도 “(후보로부터) 문자 몇 통 오는 것 말곤 아무 것도 없다. 군수선거는 현직이 유리하다고 볼 게 없지만 조합장선거는 지금 같아선 거의 현직이 당선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안군 주산면의 김갑기(66)씨는 “선거제 문제로 비리도 많고 새로운 사람이 당선되기도 힘든 구조라 투표를 안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투표는 해야겠어서 나왔다”라며 “수십년 동안 자리에 앉아있는 조합장들도 많이 있는데, 연령제한이나 정년이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했다.

늘상 똑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에도 조합원들은 저마다의 염원을 담아 의미 있는 한 표씩을 행사했다. 정읍시 고부면의 서성만(83)씨는 “조합 운영을 조합원 중심으로, 조합원을 위해서 해야 한다”며 “조합장이 여기 있는 농민들이 요구하는 것을 잘 들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들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서씨뿐 아니라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새로 선출될 조합장들에게 ‘조합원을 위한 경영’을 당부했다. 농협은 ‘협동조합’인 이상 당연히 조합원들을 위해 복무해야 하지만, 그 당연한 일에 당부가 몰린다는 건 농협이 지금껏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80%라는 높은 투표율과 더불어, 새로 취임할 조합장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목이다.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주산육묘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조합원이 투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주산육묘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조합원이 투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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