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산자협회, 정부 TRQ 운용에 의혹 제기

사전 공고와 다른, 유례없는 ‘11차’ 공고 등 규탄

  • 입력 2023.02.26 18:00
  • 수정 2023.03.05 18:1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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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사)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명기, 쌀협회)가 정부의 저율관세할당(TRQ) 운용 실태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입찰 과정·절차를 지적했다. 지난 17일 ‘정부는 2022년 TRQ 운용에 대한 의혹을 철저히 공개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쌀협회는 △사전 공고와 상이한 2022년 TRQ 쌀 구매 입찰 △전체 11차례 중 9차례에 달할 만큼 불공정하게 추진된 미국쌀 입찰 △쌀값 폭락 원인을 과도한 쌀 생산으로 몰았으면서 ‘긴급’ 입찰 공고를 연거푸 진행한 점 등에 의혹을 나타냈다.

쌀협회는 “45년 만에 최대치로 쌀값이 폭락했고,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을 외치는 농민들의 생존권 사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정부는 쌀이 남는다는 거짓으로 국민을 호도했다. 최근 10년 간 쌀 자급률이 100%를 초과한 것은 불과 3개년에 불과한데 쌀이 남아도는 것처럼 체감되는 것은, 5% TRQ로 들여와 전체 쌀 소비량의 11%가 넘는 수입쌀에 근본 문제가 있다”라며 “국민의 주식이자 국가 식량주권을 지탱하는 주요 품목인 쌀의 수입은 그만큼 사회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자국 쌀 생산기반에 위협이 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2022년산 TRQ 쌀 수입 과정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쌀협회는 “중국, 미국, 베트남, 태국, 호주에 국가별 쿼터 물량이 공지된 바 있음에도 입찰 결과 △중국 1만7,472톤(11%) △베트남 1만4,790톤(27%) △태국 1만3,055톤(46%) 초과된 물량을 수입했으며, 최대 3회 입찰을 진행하겠다고 했음에도 총 11회까지 입찰을 진행해 결과적으로 TRQ 수입을 의무수입처럼 임의대로 운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TRQ 11회 입찰 중 미국쌀에 대한 입찰공고가 9차례에 달하고, 미국쌀 단독으로 진행된 입찰 공고가 계속 유찰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입찰 공고를 내 속내와 배경이 의심된다. 지속적으로 유찰시키는 미국쌀에 물량 축소 등의 제재를 하기는커녕 끊임없이 ‘긴급’하게 입찰을 진행한 것은 공정한 무역관계로 보기 어렵고, 호주산 쌀이 3차와 4차에 걸쳐 유찰된 이후 추가 입찰 공고를 내지 않은 것과 비교해도 상식 밖의 일이다”라면서 “국회에선 올해 쌀값 폭락의 원인이 농민들의 과도한 쌀 생산 탓이라고 몰아가는 데 이러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미국쌀을 ‘긴급’이란 이름까지 붙여 10차 입찰 결과 발표 하루 만에 11차 공고를 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게다가 11차 입찰 결과는 아직도 발표되지 않았으며, 2015년부터 진행된 TRQ 입찰의 결과가 공고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쌀협회에서는 2022년 TRQ 운용에 정부 해명을 촉구하는 한편 식량주권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역대급 생산비 폭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정부는 우리 쌀값을 최대 폭으로 폭락시켰고 정부 비축미마저 생산비 이하로 사들였다”라며 “쌀 생산 농가의 생존권을 위기로 몰아 재배면적을 감축하겠다는 식의 발상과 자동시장격리제마저 반대하는 반농민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aT) 등은 “TRQ를 초과해 수입했다는 쌀협회의 주장은 백미를 기준으로 한 의무수입량과 달리 실제 수입되는 쌀이 현미인 점을 고려하지 않아서다. 현미를 백미로 가공한 이후 물량을 산정하면 초과된 게 아니며 다른 수입국과 달리 미국에 대해서만 입찰을 불필요하게 계속 추진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라고 답변했다. 또 11차 입찰 결과 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인사이동 시기와 겹쳐 아직 결과 공고가 늦어진 것 뿐이다. 결과는 24일에 게시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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