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대체육을 맞이하는 축산업의 자세

  • 입력 2023.02.26 18:00
  • 기자명 이한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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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보름(경북 포항)
이한보름(경북 포항)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2027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푸드테크 전용펀드를 조성하고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14일에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푸드테크 산업 발전협의회’ 발족식도 개최되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인 식품산업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동물복지나 환경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산업으로 대체육과 배양육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임파서블 푸드’나 ‘비욘드 미트’같은 대체육 회사는 콩·완두콩·쌀 등을 이용해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만들어 내는 기업으로 기존 제품과 달리 핏물·육즙·지방까지 재현함으로써 시장에서 큰 호응을 끌어내고 있고, 제품 가격 역시 일반 다짐육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축산업 입장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배양육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kg 생산에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기술 발전에 힘입어 그 가격이 일반 고기의 2배 수준에 근접했으며, 향후에는 대량생산과 기술 발전에 힘입어 일반 고기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몇 년 전 먼 미래의 일인 것처럼 실험실에서 만들던 배양육은 2020년 싱가포르에서 처음 판매를 허용하였으며, 최근 세포배양육을 만드는 ‘업사이드 푸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면서 세계 축산업 1번지인 미국에서 본격적인 배양육 산업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식물성 대체육이나 배양육에 대한 문제점이나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산업에 대한 관심과 발전은 축산업계의 반대나 불신과 상관없이 계속 커질 것이다. 축산업에 씌워진 ‘환경오염’이나 ‘공장식 축산’ 프레임은 쉽게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이미지가 굳어졌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갈수록 더 강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해당 산업을 깎아내리거나 부정하는 방법으로 막을 수는 없다. 대체육 시장은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 빠른 속도로 시장을 점령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해당 산업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축산업과 공존해야 할 상대로 인정하고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분석함과 동시에 축산물 시장으로 해당 산업을 흡수해서 전체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식물 특유의 식감과 맛으로 인해 요리가 아닌 고기 자체를 구워먹기 어렵고, 고기를 대체하기에 영양성분이 충분하지 않으며 오히려 환경오염을 더 유발한다고 분석된 대체육, 그리고 배양액에 사용되는 각종 첨가 시약에 대한 안전성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으며 배양액 생산을 위해 임신한 소를 도축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배양육이 가진 약점과는 차별화된 우리의 강점을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량산업의 선봉에 서 있는 축산업의 산업적 가치와 함께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경축순환 농업을 통한 유기물의 생태계 환원까지 축산업이 가지는 산업적 사회적 의미는 단순한 숫자로 판단할 수 없는 가치이다. 그리고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진짜 고기의 맛과 풍미를 흉내 내기는 쉽지 않다. 우리 스스로가 축산업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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