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희망은 사람이 만든다

  • 입력 2023.02.19 18:00
  • 기자명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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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염규현 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부국장

 

지난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강진이 덮친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참혹한 소식이 이어진다. 양국의 사망자 수가 3만3,000명을 넘었고, 그 몇 배에 달하는 부상자가 신음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딸의 손을 차마 놓지 못하고 오열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전 세계가 눈물을 흘렸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무자비한 위력 앞에 우리는 그저 갈 곳 몰라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가 현장으로 달려가 지원과 구조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에서 작지만 따뜻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자연의 위력 앞에 우리는 그저 함께 살아가야 할 지구인일 따름이다. 그 어떤 이념과 종교의 차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그 당연한 가치를 새삼 깨닫고 있는 지금이다. 부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생명이 구조돼 가족들과 만나게 되길 기도할 뿐이다.

우리는 지난 2022년 여름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을 강타한 수해를 기억한다. 이번 튀르키예 강진과 같은 대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수해 역시 적잖은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반지하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의 참사는 여전히 우리에게 아픔으로 기억되고 있다.

북한 역시 매년 자연재해로 인해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있다. 주로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수반되는 홍수 피해가 많았다. 대규모 인명피해와 함께 농사에도 영향을 미쳐 식량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매년 안간힘을 다해 대비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결국 재난을 대비하는 것도 재정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 전문가들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더 빈번히 대규모로 발생할 것이라 전망한다. 특히 남한보다 북한이 자연재해로 인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 하니 걱정이 앞선다. 국가 인프라 및 재정이 취약한 북한의 입장에서 자연재해는 언제든지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악몽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 자연재해는 어느 한 국가나 집단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공존과 협력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때문에 지난 1월 27일 통일부가 발표한 ‘2023년 통일부 업무보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비록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인도적 협력만은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가웠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과, 보건의료, 영유아 등 취약계층 지원, 식량·재해재난 협력 등 시급하고 협력이 가능한 분야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북한 당국이 당장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적극적으로 두드려야 한다.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재해는 군사분계선으로 나누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대화의 문을 이제는 열어야 한다. 공멸이 아닌 공영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전 지구적 자연재해와 여전히 끊이지 않는 분쟁과 전쟁, 테러의 악순환을 바라보면 더이상 우리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지구를 되돌리기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여전히 전 세계에 존재한다. 그들과 연대해 나가는 것이 멸종되어가고 있는 ‘희망’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르겠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고통을 함께 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를 남북이 함께 힘을 모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이 땅의 희망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희망은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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