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 정부의 거짓말 바로잡는 일

  • 입력 2023.02.12 18:00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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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해 8월 26일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 들녘에서 열린 ‘쌀값 대폭락 규탄 및 농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한 영암 농민 총궐기대회에서 농민들이 ‘쌀값 보장하라’, ‘양곡관리법 개정하라’ 등이 적힌 만장을 들고 트랙터로 갈아엎을 논 위에 서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8월 26일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 들녘에서 열린 ‘쌀값 대폭락 규탄 및 농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한 영암 농민 총궐기대회에서 농민들이 ‘쌀값 보장하라’, ‘양곡관리법 개정하라’ 등이 적힌 만장을 들고 트랙터로 갈아엎을 논 위에 서 있다. 한승호 기자

쌀 문제가 정점에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표결 처리 될 전망이다. 개정을 반대하는 측은 더욱 적극적으로 막아서고 있고, ‘양곡공산화법’이라는 어거지 별명까지 붙였다. 정부와 여당, 일부 농민단체가 국책연구기관이 펴낸 보고서를 토대로 개정안 반대를 위한 과장된 논리까지 펼치고 있다. 그 외 다수의 농민들은 지난 2020년 공익직불제 도입으로 폐지된 변동직불제, 즉 쌀 목표가격제를 보완할 정책으로 미흡하나마 양곡관리법 개정을 고대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의 핵심은 쌀 자동시장격리제와 타작목재배 지원에 있다. 쌀 자동시장격리제는 정부가 가격안정 장치였던 ‘변동직불제(쌀 목표가격제)’를 폐지하면서 내놓은 약속이었다. 여기에 쌀 과잉구조를 해소하고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콩·사료작물 등의 타작목재배를 추가한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타작목재배 정책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시행 여부를 판단할 게 아니라 장기적 사업으로 시행해 곡물자급률을 확대하고 사료작물 재배도 늘려 축산농가의 사료값 부담도 덜어주자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염두에 둔 복안이다.

2021년 쌀 수확기에 법이 정한 쌀 시장격리 요건이 충족됐는데도 정부는 시간을 끌면서 쌀 가격안정 대책에 나서지 않았다. 너무 늦게 시장격리를 발표한 결과, 2021년산 쌀값은 45년만에 최대치로 폭락하고 말았다.

지난 일 년을 되짚어 보면,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쌀값이 폭락하고 농민들의 농업소득은 쪼그라들었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런 정부에 농민들은 수시로 상경투쟁을 하면서 ‘쌀 시장격리’를 촉구했다. 귀 막고 눈 감은 정부를 믿기 어려워 법적 제도를 손보자는 것이 양곡관리법 개정인 것이다.

곡물자급률이 관행 산정방식(건체중)을 적용하면 18.5%까지 곤두박질쳤다. 주요 선진국들은 곡물자급률이 평균 100% 이상이고, 일본도 우리나라 자급률보다 높다. 세계는 지금 수입에 의존하던 구식 정책 대신 자체 생산기반 강화라는 새로운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만 여전히 수입과 수입선 다변화를 고민하는 구태를 보이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의 ‘지침서’로 활용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왜곡과 억측 보고서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이 보고서를 분석해 본 전문가들은, 쌀 자동시장격리 비용에 1조원이라는 큰 비용이 든다는 설정에 맞추기 위해, 쌀은 지난 20년 간 평균치 보다 훨씬 많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재배면적은 지난 20년 간 감소한 면적보다 더 적게 추산하는 고무줄 기준을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쌀 생산이 만성적인 과잉구조이기 때문에 줄여심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소비량 감소도 과장해 추산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쌀 자동시장격리제가 도입되면 쌀값이 올라 소비량이 더 줄어든다는 분석 내용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쌀값이 비싸서 밥을 안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변동직불제를 양보한 대가로 너무 가혹했던 지난 1년을 보낸 농민들과 변동직불제를 폐지할 때 정부가 농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똑똑히 봤던 당시의 농업계 인사들이 ‘양곡관리법 개정 좌담회’를 통해 양치기 소년이 된 정부·여당의 민낯을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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