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상식

  • 입력 2023.02.12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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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호 기자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시사상식 OX퀴즈. 쌀과 김치, 두부와 꿀, 고춧가루 등을 농사용전기를 사용하는 농민들의 저온저장고에 보관할 시 전기 사용에 따른 위약금을 물어야 하나?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당연히 답은 ‘아니오’여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 1위, 한국전력공사의 답은 달랐다.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한전 구례지사의 농사용전기 단속에 따른 위약금 부과에 농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기준도 없이 예고도 없이 진행된 저온저장고 단속에 상당수의 농민들이 전기 부당 사용에 따른 과징금을 물었는데 바로 1차 농산물이 아닌 가공품을 보관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위 질문에 등장한 김치 보관이 실제 과징금 부과의 이유였다.

6차산업을 권장하는 정부 시책에 따라 보조금 등을 지원받아 농업용 저온저장고를 설치한 농민들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자 정말 기가 찰 일이다. 가공, 유통, 체험을 적극 권장할 땐 언제고 이제 와 농사용전기 부당 사용이라며 농민들을 전기 불량 사용자로 둔갑시킨 한전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농사용전기 부당 사용을 단속하려면 애초에 저온저장고를 설치, 사용하기 전부터 관련 내용을 농민들에게 안내했어야 옳다. 또 농민들이 저온저장고 전기 사용에 관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상황에선 단속을 앞두고 농민들에게 예고를 했어야 옳다.

그러나 한전은 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명절을 앞둔 농민들을 전기 불량 사용자로 만드는 데 급급했다. 농민들의 원성이 구례를 넘어 전남 전 지역으로 확산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선 약 100여명의 농민들이 모여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전기 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내용은 기자회견이었지만 성격은 한전 규탄 집회와 다르지 않았다. 농민들은 각양각색의 손팻말로 할 말을 대신했다.

‘절차없는 농업용 전기 단속! 기준없는 위약금 부과! 한전은 사과하고 부과된 전기요금 즉각 취소하라!’ ‘한전 누적적자 30조가 농민 책임이냐! 한전은 농민들에게 사과하고 부과된 전기요금 즉각 취소하라!’ ‘전기요금 폭탄! 농민들 가슴에 피멍든다! 한전은 사과하고 위약금 반환하라!’

위에 질문한 시사상식 퀴즈에 한전은 ‘그렇다’며 과징금 부과로 답했다. 정녕, 한전은 최소한의 상식마저 통하지 않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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