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피해 최전방에 내몰린 농민들, 권리 실현은 어떻게?

  • 입력 2023.02.03 10:23
  • 수정 2023.02.03 10:24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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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민은 기후위기 시대, 가장 약자이자 피해자 중 하나지만 농업은 지원은 고사하고 탄소배출 요인으로 공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업의 가치 제고와 농민권리 향상을 위해 필요한 논의는 무엇인지를 묻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달 30일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포럼)이 주관하고 위성곤·강은미·윤미향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기후위기와 농민권리’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정열 포럼 대표(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를 비롯해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녀름 부소장·김현인 농민·김현우 탈성장과 대안연구소 소장이 발표자로 참여했으며,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정책위원장·이현정 정의당 부대표(녹색정치Lab 그레 소장)·김보영 한살림연합 농산물위원장이 토론에 나섰다. 좌장을 맡은 윤병선 교수(건국대, 유엔농민권리선언 운영위원) 등 농업계 관계자 2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김정열 대표는 “이번 한파로 제주 월동무가 다 얼어버리는 등 기후위기로 농업·농촌이 매우 어렵지만, 정부 대책은 부족함을 넘어 오히려 반기후적·반농업적”이라면서 “기후위기를 농민권리 측면에서 살피는 이 자리가 농민운동진영과 정치권이 대안을 활발하게 논의하는 계기이길 바란다”고 토론의 취지를 밝혔다.

윤병선 교수는 “농업의 공익적·다원적 가치에도 공공성 확보가 아닌 시장 강화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 한다”면서 “이러한 방식은 농민·소비자 간 연대를 훼손한다. 이에 대항해 농민권리를 지침 삼아 연대·협동 체계를 고민하고 농민의 전통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발표에서 송원규 부소장은 ‘기후위기와 농어민 인권’을 주제로 농어민 피해 실태와 정책 과제를 살폈다. 송 부소장은 지난달 4일 발표된 기후위기 피해에 대한 정부의 인권보호 증진 책무를 담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첫 결정문과 ‘기후위기와 농어민 인권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 등을 통해 농어업에서는 건강권·생존권·식량권·정보접근권 등에서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병해충으로 농약 사용이 늘고, 해양 생태계 변화로 해녀들이 독성 생물에 자주 노출되는 등의 문제와 축산농가·경종농가·골프장 간 치수 갈등, 가뭄·태풍 증가 피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20년 섬진강 범람 때 주민들은 정작 홍수피해 지역 지정 사실을 몰랐던 점과 사후대책 시 주민 배제·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 시 정보 미제공 등 절차적 문제도 컸다. 송 부소장은 △사각지대 없는 구제책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농어민 권리보장 △풍수해 대책 수립 시 농어민 참여권 보장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인 농민(전남 곡성)이 땅을 갈지 않는 무경운 농법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곡성군농민회의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곡성군농민회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생물의 공생관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무경운 농법에 더욱 주력했다.

아울러 무방제·농지연화 실험 등 여러 시도를 통해 무경운 농법이 시도할만하고 탄소배출을 줄임은 물론 미생물을 회복시키는 농법임을 확인해가고 있다. 물론 벼농사의 환경 보존적 특성을 무시하고 메탄 발생의 주범으로 꼽기 바쁜 농정 당국은 이에 비협조적인 편이다.

김씨는 “기후위기는 곧 생태계 교란의 문제라서 더 심각하다. 미생물 파괴로 농업 기반이 무너지면 식물뿐 아니라 인간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며 “재배 가능 지역이 넓고 영양상 우수한 쌀은 기후위기 시대 안전한 식량이며 쌀의 잠재성에 대한 이해와 고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정의 운동의 현재와 우리의 과제’를 발표한 김현우 소장은 기후위기가 지닌 불확실성·복잡성을 이해하고 크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요청했다. 이어 농민권리 실현을 위해 “우리의 운동 구호가 국가·사회 비전으로서 불화를 만들고 시민의 공감을 사며 국회의원을 흔들어 놓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도시 소비자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농민 세대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와 농민권리’ 토론회 참가자들.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와 농민권리’ 토론회 참가자들.

이어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기후위기는 곧 식량위기이며 생태적 가치를 지닌 농업이야말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근본 해법”이라는 데 뜻을 함께했다.

이근혁 전농 정책위원장은 “이상기후로 생존 위기에 이른 농민들에 대한 구제책과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지만, 정부 정책은 그린벨트 해제·태양광 이격거리 완화·산업단지 조성·폐기물 처리장 확대·고에너지 투입의 스마트팜 확대·수입 위주의 식량안보책 등 탄소배출을 늘리는 정책 일색”이라며 “추진 과정에서 농촌·농민의 권리 침해가 크다”고 비판했다.

또 “농업을 탄소배출 산업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농업·산림을 통한 광합성은 탄소중립에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기후위기 대응의 중장기적 과제이자 해법은 식량주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순이 전여농 정책위원장도 “식량자급률을 1% 높이는 것이 탄소를 1% 줄이는 것이며 농민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농민은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확·가공에 더 많은 노동력을 들이고 재난 시 복구 작업은 물론 복구인력 식사 지원까지 전담하며 이중고를 겪는다. 또 재해로 농업소득이 줄어 농외소득 벌이에 더 내몰리게 됐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여성농민의 고통을 설명했다.

아울러 “여성농민은 폭염과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된다. 장시간 밭에 쪼그리고 앉아 수확하는 등의 일을 주로 여성농민이 맡기 때문에 열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신부전·탈수증에 시달린다”며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확대·여성농민을 배려한 재난 복구 매뉴얼 등을 촉구했다.

이현정 부대표는 “국제적인 기후위기 대응의 두 축은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는 것과 온실가스 감축인데 한국은 감축 논의가 강세다 보니 농업에서도 메탄가스 줄이기에 초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농업은 작물·농법 변경 등 적응 문제가 더 중요하다. 농지 자체가 주요 생태계이므로 보존·강화하는 것이 기후위기 적응에 필요한데도 정책에서는 전혀 강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보영 농산물위원장은 “국지적·전국적 집중호우·이상고온 등으로 사과 등 생산지가 북상하고 벌이 사라져 토종꿀의 경우 지난해 8년 만에 매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면서 “친환경 농업은 식량 생산 이상으로 자연의 순환이라는 가치가 있다. 기후위기 피해를 겪는 농민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아야 하고 농민권리 보장을 위해 소비자가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은 국내에 농민권리에 대한 인식 확산과 관련 법·제도 기반 마련을 위해 지난 2019년 6월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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