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재생에너지 앞세운 농어촌파괴, 대체 언제까지

  • 입력 2023.01.2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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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윤석열정부가 대대적으로 내건 ‘탈원전 폐기’에 그간 방심하다가 한 방 제대로 얻어맞은 느낌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4일 발표한 태양광 이격거리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덧붙여 산자부는 지자체별로 상이한 이격거리 조례가 재생에너지 보급에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라고 이격거리 가이드라인 발표 이유를 밝혔다. 풍력은 이번 이격거리 가이드라인에서 빠졌지만, 언제 다시 물밑에서 논의가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대부분이 농산어촌에 집중되고, 주민이 아닌 외부 업자 주도로 시행되는 까닭에 지방자치단체마다 주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풍력·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설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돈벌이 수단으로 굳게 자리 잡았고, 자본을 앞세운 업자들은 지자체의 조례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손쉽게 바꿔내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차디찬 아스팔트에 비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며 이격거리와 고향산천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을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될 대로 진행된 농산어촌에선 구순의 노인까지 농어촌파괴형 신재생에너지 반대 집회에 함께 나서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로 태양광 이격거리는 전국 모든 주거지역으로부터 100m 이내로 일괄 설정될 여지가 농후해졌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이격거리 가이드라인 준수 시 해당 지자체에 적지 않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산자부가 밝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농촌주민들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다시 모였다. 이날 주민들은 평화롭던 농산어촌을 뒤흔든 풍력·태양광 탓에 여전히 마을에선 다툼과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풍력·태양광 유치 시 마을별로 제공되는 수억원의 발전기금 때문에 이장 선거마저 이권 다툼으로 얼룩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잦다고 전했다. 또 곡성에서 온 한 농민은 담비와 수달과 수리부엉이가 사는 지역에 풍력발전기 설치가 계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주민들은 산자부 관계자에게 △이격거리 표준안 폐기 △농어촌파괴형 에너지 개발 중단 △재생에너지 분쟁해결기구 마련 △풍력·태양광 발전 시 지역주민 동의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관계자 대부분이 또 다른 외교 참사를 빚은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함께한 상태였다. UAE 순방에서는 원전 수출 확대가 주요하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의 일방적인 태양광 이격거리 설정에 다시금 투쟁을 준비 중인 농촌주민들은 원전이 아닌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쉽지 않은 농촌주민들의 투쟁이 부디 뜻깊은 성과로 남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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